사회일반
[데스크칼럼] ‘6년 208일’ 남은 기후위기시계
뉴스종합| 2021-06-07 11:13

지난 주말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특정 기념일과 관련된 장소를 탐방하는 것은 나름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준다. 가족과 함께 넓게 펼쳐진 수목원을 평온하게 거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필자가 몸담은 회사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큰아이가 궁금했는지, 기후위기시계가 뭐냐고 물었다. 기후재앙을 맞을 때까지 남은 시간이라는 설명과 앞으로 7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해줬다.

교육 차원에서 꺼낸 이야기였는데,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얼굴은 금방 잿빛으로 바뀌었다. 7년 뒤 본인 나이를 계산하더니 화난 얼굴로 물었다. “기후위기는 어른들 잘못인데, 왜 피해는 우리가 봐야 하냐”는 항변이었다. 화난 표정에는 ‘아빠도 어른이지 않냐’는 무언의 비난도 담겨 있었다.

평소 같으면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를 꺼내며 행동의 중요성을 말했겠지만 아이의 표정은 어른인 아빠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핑계일 것 같아,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어른으로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문제제기에 대견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말만 내세웠지, 실제 실천으로 옮긴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크게 마음먹고 실천에 옮긴 금연 정도가 그나마 떠올랐다. 하루에 한 갑씩 20년 가까이 피웠으니, 그로 인한 대기오염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래도 담배꽁초를 아무 곳이나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싶지만 대기오염으로 고통받는 요즘을 생각하면 소극적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97세대로서 노동 문제 등 사회환경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이었지만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여전히 종이컵을 쓰고 경유차를 탄다. 의식주와 관련한 과잉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으로 환경 파괴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그리도 기후위기에 소극적이었을까. 나무만 많이 심으면 환경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설득의 방법으로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말한다. 접근동기는 밝고 건강한 삶을 위해 환경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고, 회피동기는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삶을 피하기 위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젠 환경보호도 회피동기를 바탕으로 실천에 나서야 할 때다. 나무만 심으면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종이컵을 계속 사용하고, 경유차를 계속 타고 다니고, 과잉소비를 지속할 경우 6년7개월 뒤 온난화가 급격해져 지구 복원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독일 베를린(2019년)과 미국 뉴욕(2020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는 7일 오전 현재 ‘6년208일’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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