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부산 ‘뮤지엄 다’ 보석 처럼 빛나다, 융복합 시각예술 집약
라이프| 2021-06-23 08:02
‘뮤지엄 다’ 수퍼네이처 ‘지구의 시간’. 수퍼네이처는 환경보존을 주제로 한다.
‘뮤지엄 다’가 구현한 21~22세기형 시각예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관광공사 부산지사의 주선으로 서울 탐방단이 부산을 다니면서 가장 놀랐던 곳은 수영강변 영화의전당 옆 ‘뮤지엄 다(DAH)’였다.

2019년 8월 국내 최초의 미디어 전문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센텀시티에 자리잡은 ‘뮤지엄 다’는 얼마되지 않아 길고 긴 팬데믹 사태에 직면했고, 문화·관광쪽을 좀 안다는 서울탐방단도 이 미술관이 문을 연지 20개월이 지나서야 그 진면목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일행은 모두 “많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뮤지엄 다 외관

800만개의 고화질 LED를 바닥과 천장, 벽면 825m²에 설치해 초현실적인 광경을 그려낸다. 시각예술을 대중과 호흡하려는 작가들의 창의성과 디지털 매체가 어우러진 초현대 감각의 융복합 아트 공간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 명작에 빛의 기술을 더한 ‘빛의 벙커’와는 색다른 감흥이 일어난다.

순수 창작물을 LED기술로 사방 벽면과 천장, 바닥 6면에서 춤추게 하니, 구경꾼도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작품은 다양한 변화로 관람객의 감성을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베토벤, 비틀즈, 방탄소년단(BTS), 이날치 등 음악이 대중들에게 주는 감흥은 ‘즉시적’인데 비해 회화,조각 등 시각예술의 감흥은 더디기만 하다. 미술관의 한 작품 앞에 2m쯤 떨어져 오래 서 있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긴 하지만, 90%의 필부필부들은 “대체 뭘 말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잠긴 채 우두커니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상훈 부관장은 고백한다. “우리는 그간 대중들이 시각 예술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다가서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게됐습니다”라고.

김정민의 작품 고래는 인간의 욕심으로 희생된 존재다. 뮤지엄 다의 특별전시가 주는 교훈을 되새긴 체험학습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부관장은 시즌1에 해당하는 ‘완전한 세상’을 통해 시각예술이 대중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는 쾌락적 기능을 확인했고, 최근 시작한 시즌2 환경보존 주제의 ‘수퍼네이처’를 통해 감동이라는 물결 위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얹었다.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이곳은 듣는 순간 즉시 감상자에게 느낌을 주는 음악보다 더디기만 하다던 미술 감흥의 즉각성이 가장 센 곳이다. 표현주의, 입체파, 아르누보, 아방가르드, 팝아트 거장들이 되살아와 ‘뮤지엄 다’를 목도한다면 많이 놀랄 것 같다. ‘그 어려운 미술 감동의 즉각성을 해냈다’고, ‘청출어람’이라고. ‘이제 자네들이 주인’이라고.

도시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중요한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공생할 귀여운 동물들

최근들어 ‘뮤지엄 다(DAH)’는 부산·경남 일대에선 유명한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유니크 베뉴(Unique Venue)로 선정된 이곳은 2인조 미디어 아티스트 ‘꼴라쥬플러스’(장승효 & 김용민)와 예술 전문 기획사 KUNST1 이 설립했다.

‘수퍼네이처-지속가능한 미래’가 요즘의 메인 전시 테마이다. 별이 빛나는 밤, 월출, 여명, 산들바람, 꽃이 들려주는 이야기, 청량한 여름방학, 나무와 숲, 네모를 찾아서, 펭귄 커플의 춤, 동물 모자의 동행, 고래의 꿈, 달과 별과 파도가 있는 풍경, 지구의 시간, 공존 등 소주제를 가진 움직이는 미술작품이 메인전시관이라 할 수 있는 미라클 가든에서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서울사람들로 구성된 탐방단은 1시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뮤지엄은 출발지점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를 시작으로, 이터널 선샤인, 미라클 가든, 숲속에서 잠들다, 아트 배쓰룸, 아트 키친, 다큐멘터리존, 기획전시실 등 테마로 나뉘어져있다.

김영원 작가가 만든 인간상이 고래의 꿈을 온몸으로 담고 있다.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든 김영원 작가가 미라클 가든 한복판에 그리팅맨을 닮은 동상을 세웠다.그는 ‘인간은 곧 우주’라는 점을 표현했다고 한다. 사람의 본체와 껍질이 분리된 모습에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지향하려는 ‘내면의 성찰’을 엿본다. 이 인간상은 메인전시 작품들을 생생히 목도하며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흡입하는 듯 하다.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프루스트 의자’라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프로스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요즘 ‘뮤지엄 다’를 방문하면 내 잃어버린 시간이 의자가 되어 기다린다.

‘대중의 많은 소비를 부르는 게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미학을 가진 카림 라시드 작가의 방도 있다. 제목만 봐서는 기업 관계자들이 끌릴 곳이다.

뮤지엄 다 입구엔 로보트 태권브이가 서 있다.

전통 풍속화 속에 불쑥 로보트 태권브이를 그려 넣어 몇 해 전 부터 주목을 받았던 신이철 작가는 표현 대상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재주를 이곳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뮤지엄 다’에는 고지인, 김남표, 김민수, 김정민, 김지희, 두민, 류지윤, 안효찬, 이상훈, 이세현, 이송준, 이원주, 이태수, 이호준, 임채욱, 황유식 등 실험적 청년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앞으로 백년후 2121년 까지 세계를 이끌 복합시각예술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고침] 헤럴드경제 부산판 2021년 6월23일자 28면 두번째 사진 설명은 ‘뮤지엄 다’ 입니다. 잘못 표기된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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