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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피해자 요청땐 국선변호인 민간 선임 의무화”
뉴스종합| 2021-07-06 11:40

국방부가 군내 성범죄 피해자의 국선변호인 선정에 민간 변호사 선택을 보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가 국선변호인에 일반 변호사를 원해도, 예산 등의 사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공군의 경우 군 검찰과 ‘같은 사무실’ 소속인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 해당 변호인이 피해자 조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구조인 것으로 지적돼 왔다.

6일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으로는 변호사, 군법무관, 타군 소속 군법무관 모두 ‘국선변호인 풀’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피해자가 국선변호인으로 민간 변호사를 원하더라도, 군의 판단에 의해 군법무관이 선임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에 따라 군법무관이 국선변호인에 선임되면 군 검찰과 군 법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실제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공군 부사관인 이모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국선변호인 면담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전화통화도 선임 50일 만에야 처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은 선임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이같은 부작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방부와 공군은 성범죄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을 피해자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민간변호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헤럴드경제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국방부와 공군 답변자료 및 군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인 선임에 민간변호사 풀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민간 변호사가 지원하기 힘든 격오지부대나 야전부대 등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군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세운다.

군 관계자는 “그간 사실상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국선변호인으로 군법무관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피해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민간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답변자료에 따르면 공군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성범죄 피해자 45명 전원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선변호인으로 군 법무관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올초 인권 상담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장병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겠다며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신설, 산하 인권구제침해팀에서 인권실태조사를 맡아왔다. 성범죄 피해자인 이모 중사를 제대로 돕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인권침해구제팀 소속이다.

공군 관계자는 “일반 범죄 피해자가 아닌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민간 변호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인권나래센터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왔으나, 이번 사건과 같은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자 의사에 따라 민간 변호사를 우선적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은미 국선전담 변호사는 “군법무관은 순환보직으로, 사실상 수많은 동기와 선후배를 양산하고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같은 조직 내에서 같은 지휘관 아래 묶일 수밖에 없다”며 “군인이 변호인이거나 피고인 변호인과 친밀하다면 선정이후에도 피해자를 충분히 조력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인을 일반 민간변호사 풀만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호 기자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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