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가자 석촌호수로, 강남역으로”…공원음주·턱스크 ‘겁 없는 서울’
뉴스종합| 2021-07-07 11:17
지난 6일 밤 서울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먹자골목. 수도권 식당들의 영업제한시간인 오후 10시가 넘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주희 기자

“가자! 석촌호수로.”

지난 6일 오후 10시20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앞. 인근 먹자골목에서 술을 마시던 인파가 우르르 몰려나와 횡단보도를 보며 이렇게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50대 A씨는 “나도 부인과 함께 술을 마시러 호수에 간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같은 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개월 만에 1000명을 넘어서 1212명(7일 0시 기준)으로, 올 들어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서울 지역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는 불야성이었다. 오후 10시부터는 처음으로 서울의 야외 공원 음주가 금지됐지만, 시민들은 이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밤늦게 시민들이 석촌호수로 급하게 모여들자 이 호수 관리사무소 직원 4명은 2명씩 조를 짜서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곳곳에서 술을 마시는 시민들에게 “여기서 음주를 하시면 안 된다”며 계도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직원들의 계도 활동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20대 일행은 일어서는 척하다가 직원들이 지나가자 “괜찮아”라며 다시 앉아 술을 마셨다.

‘음주 금지’ 푯말을 든 관리사무소 직원 60대 김모 씨는 “일단 최대한 계도 활동을 해 보려 하지만 보다시피 음주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석촌호수 인근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 역시 오후 10시가 넘었음에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오후 10시10분에도 상점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선 일부 시민은 “코로나 1000명 시대인데, 사람들 이렇게 바글바글하다고 내일 뉴스 나오는 것 아니냐”며 서로 웃기도 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서초대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길거리에 나온 젊은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10시가 다 된 시간에도 건물 2층에 위치한 한 포장마차 가게에서는 뿌연 연기 속에 조명이 반짝 거리고 열린 창문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손님들이 소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후 10시가 넘자 수백명의 인파가 거리에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담배를 피웠다. 마스크를 벗은 채 약 50m 거리를 활보하다 수십 명이 모여 흡연 하는 곳에 들어가는 등 거리마다 흡연하는 젊은이들의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일부 시민들은 ‘10시 영업금지’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무인 사진관’으로 우르르 몰려들기도 했다. 불과 1분도 안돼 사진관 앞은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20m 가량 줄이 생겼다. 강남역 9번 출구까지 이어진 대규모 이동 속에서 일부 시민들은 술에 취해 마스크를 턱에만 걸친 채 이리저리 일행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하는 한 시민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많다”고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 경의선 숲길 인근 주민인 정모(39) 씨는 “카페 문 닫을 시간이 돼서 아메리카노를 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음주만 단속한다고 방역이 될까”라며 “경의선 숲길 벤치 곳곳을 앉을 수 없게 통제해지만 밤 10시 넘어서까지 인파가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7일까지 2주 동안 유흥시설 불법영업 특별 단속 기간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김지헌·신주희·김유진 기자

ra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