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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가·사회와 ‘다자협력’으로
뉴스종합| 2021-07-07 11:33

기업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일까. 일설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단어는 1950년대 초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시초가 언제였든 기업이 사회 문제에 영향을 끼치는 주체임을 자각한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난 셈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에서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사업활동과 기업조직을 아우르는 문제들이 연일 보도된다. 국경 밖에서는 민주주의 탄압 군부와 기업 간 유착, 분쟁광물 구매, 강제·아동노동과 같은 이슈들이 언론의 국제 소식란을 통해 연일 다뤄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이 노동계와 시민사회, 대중의 냉소적 시선으로부터 마냥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엄격한 검증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증명해왔다. 글로벌리포팅 이니셔티브(GRI), 국제표준화기구의 ISO26000, 최근 화두인 ESG 경영까지, 성과 보고, 인증, 사회적가치 측정 등 다양한 사회적 이니셔티브에 동참해왔으니 말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에서의 참사는 유사한 원리로 반복되고 있고, 사후약방문 격 대처에 우리 사회는 익숙해져만 간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모든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없는 영영 표류 상태의 의제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릴 때 책임의 방향을 견인할 국가의 역할도 함께 주목해 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으로 담론의 장을 확장한다면, 책무 주체인 국가를 함께 호명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인권경영”으로도 친숙한 ‘기업과 인권(BHR)’ 의제는 국가와 기업 공동의 책무 서사를 요청한다. 지난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전통적으로 인권존중 의무의 주체인 국가와 더불어 기업 또한 인권존중의 책임 주체임을 국제규범으로 확인했다. 책임의 주체가 기업으로 확대됐으니, 당연히 국가도 기업의 책임노력을 발판 삼아 더 적극적인 보호 의무 역할을 요청받는다. 즉 국가는 “기업의 활동이 환경·사회·인권의 기준들을 존중하도록 정책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규범의 주문인 것이다.

지난 2015년,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해야 할 국제사회의 약속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됐다.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SDGs 수립 문턱의 시기에서 “누가 책무 주체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사회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해보면 여러 주체의 역할 요청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협소하고 우아한 검증방식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오늘의 사건 사고가 우리 모두의 방관자적 태도에 의해 반복된 것은 아닌지를 짚어보고, 이제는 책무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서사 체계를 들여다볼 때다. 이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때, 사회적 위험을 적절히 예방·완화하면서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가치 순환적이고 책임 있는 다자 간 협력의 장을 함께 떠올려보자. 이것이 필자가 소속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면서, 기업, 시민사회와 함께 글로벌 가치 창출의 장을 마련하고, 인권 책무성의 원칙을 확립하는 사회적가치경영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정은주 한국국제협력단 사회적가치혁신팀 과장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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