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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한번 했다고 백신 우선 접종?… “그럼 난 언제 맞나?”
뉴스종합| 2021-07-08 17:41
서울시가 학원, 운수 종사자 등에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배달플랫폼의 일반인 배달원도 대상자에 포함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한 번만 배달했어도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이라고?…서울에 배달 라이더만 10만 명이라는데 나는 언제 맞아?”

서울시가 학원, 운수 종사자 등에 화이자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배달플랫폼의 일반인 배달원도 대상자에 포함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단 한건의 배달이력만 있어도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됐다.

문제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의 배달기사로 등록된 사람만 10만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전문 배달기사 뿐 아니라 취미로 음식을 배달하는 일반인 배달원까지 무분별하게 포함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정부로부터 추가로 제공받은 화이자 백신 20만명 분을 다중 접촉이 많은 직군에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밝힌 직군은 학원 종사자, 택배 기사, 운수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이다.

[연합]

특히, 이번 우선 접종 대상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도 포함됐다. 이에 배민은 서울시의 협조 요청에 따라 지난 7일 앱을 통해 우선 접종 신청을 받은 후 8일 명단을 제출했다. 쿠팡이츠도 8일 전체 배달파트너를 대상으로 문자를 통해 백신 우선 접종 신청 링크를 공지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에서 배달이력이 있는 배달기사를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했다. 즉, 지난 7월 7일까지 한 건의 배달만 했더라도 접종 신청이 가능하단 의미다. 우선접종 대상자로 선발되면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각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1차로 접종한다. 2차 접종은 8월 중이다.

쿠팡이츠도 8일 전체 배달파트너를 대상으로 문자를 통해 백신 우선 접종 신청 링크를 공지했다. [쿠팡이츠 문자 캡처]

문제는 일반인 배달원의 규모다. 배달플랫폼 앱에 가입한 배달기사만 10만명이 훌쩍 넘는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배달기사용 앱 ‘배민커넥트’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5만명을 넘어섰다. 배달시장 확대에 따라 올해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이츠는 배달파트너 수를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나 배달파트너가 사용하는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회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10분의 1 수준인 10만명 가량이 주기적으로 배달 업무를 하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플랫폼이 중복되는 배달기사와 가입만 하고 실제 배달을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다 해도, 업계에서 추정하는 배달기사 규모는 10만~15만명 수준이다.

[헤럴드경제DB]

이번에 서울시가 다중 접촉 직군 우선 접종 분량으로 언급한 화이자는 20만 명 분이다. 학원, 운수 종사자, 택배기사, 배달플랫폼 배달원 등을 다 포함한 분량이다.

일각에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 배달기사가 대면 접촉이 많은 직군이긴 하지만, 배달횟수나 근무시간 등 명확한 기준 없이 하루만 배달을 했어도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되는 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A씨는 “지인이 올해 초에 쿠팡이츠 배달을 몇 번 했는데 오늘 우선 접종 대상자라며 화이자 접종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지금 2030 세대는 백신을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상황인데 배달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자가 되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10만 여명의 배달기사가 몰리면서 학원 종사자 등 ‘진짜’ 중요 직군이 백신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배달기사들의 우선 접종 예약신청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하루만에 모두 마감됐다. 서울시 측은 20만명 분 외에도 계속해서 다중 접촉 직군을 위한 백신 분량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지만, 수십만명 수준의 배달플랫폼 종사자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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