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 어설픈 규제 손보는 계기로
뉴스종합| 2021-07-13 11:22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나중에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한 정부 규제가 1년1개월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현 정부가 주택 시장 수요를 억누르는 주요 규제책을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는 지난해 6·17 대책의 핵심 중 하나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권의 오래된 재건축 단지는 집이 낡고 협소해 집주인이 대부분 외지에 살면서 전·월세를 주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재건축이 집값을 올리는 주요인이라고 생각했던 정부·여당이 집주인(조합원)에게 2년 거주 의무를 부여하면 재건축사업이 늦춰지게 될 것으로 본 것이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집주인이 실거주 2년을 채우려고 입주에 나서면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후 아파트에서 살던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전세 난민’으로 떠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전세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년 7월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이 맞물리면서 전세물건의 씨가 마르는 최악의 전세난을 불러왔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2678만원으로 1년 전(4억9148만원)보다 28% 뛰었다. 또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로 꼽히는 압구정동 등의 재건축단지들이 작년 말까지 맞춰진 규제시한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되레 집값은 급등했다. 실거주 2년 규제는 결국 바라던 집값은 잡지못하고 전세대란만 부추긴 채 허망하게 퇴출됐다.

정부·여당이야 졸속정책을 없었던 일로 치면 그만이지만 정부 발표를 믿고 행동에 나선 집주인과 세입자들은 굳이 안 겪어도 될 불편과 재산상의 손해를 입으며 속이 시커멓게 탔다. 몇억씩 오른 전셋집 보증금과 중개수수료, 이사비를 대느라 동분서주했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으로 발표돼 시장 혼란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은 규제책은 비단 ‘2년 실거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전세 실종-월세 득세로 이어지면서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세입자에게 고통을 주는 법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한때 세제·금융 혜택을 주며 임대주택 사업을 장려했다가 돌연 거둬들이는 바람에 날벼락을 맞은 은퇴세대도 주변에 흔하다. 등록임대 중 아파트는 23%에 불과하고 77%는 다가구 빌라 등이다. 임대사업자들이 사라지면 서민세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재건축 실거주 규제 철회가 어설픈 부동산 규제책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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