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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꿔 가격 올려” 상해반점이 쿠팡에선 ‘홍콩반점’ 돌변?
뉴스종합| 2021-07-31 21:12
[그래픽=김진아CP]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같은 중국집인데 이름만 바꿔…음식값 올린다?”

배달앱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입점한 음식점이 이름만 바꿔 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시도로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 음식값으로 이를 상쇄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배민에선 실제 상호명 ‘상해반점’을 그대로 유지하되 쿠팡이츠에서만 ‘홍콩반점’으로 이름을 바꿔 음식 가격을 더 비싸게 받으려는 것이다. 똑같은 음식점 이름으로 가격을 다르게 판매하면 고객들의 항의를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이츠’ 앱에서 노출되는 상호명을 다른 배달앱과 다르게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같은 꼼수의 바탕에는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담이 다른 배달앱보다 높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배민이나 요기요에 입점한 식당은 앱으로 주문만 접수하고 실제 배달은 외부 배달대행사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100% 자체 배달’ 모델인 쿠팡이츠에서는 주문 접수와 배달 서비스가 한 묶음이다.

물론 배민이나 요기요에도 자체 배달 서비스(배민1, 요기요익스프레스)가 있고, 이 경우 쿠팡이츠와 수수료 부담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주문 중개 서비스만 이용하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담이 더 높다고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배민의 정액제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식당은 한 달에 8만8000원의 광고비를 내고, 각각의 배달은 외부 배달대행사에 기본 3000원 안팎의 비용을 내고 맡긴다. 반면 쿠팡이츠는 각 배달 건마다 ▷배달비용 5000원(고객과 나눠 분담) ▷주문 중개수수료 1000원 ▷카드수수료 및 앱 사용료 3%를 부과한다.

한달 동안 2만원어치 음식을 1000개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배민에서는 건당 배달대행 비용을 5000원으로 높게 잡아도 508만8000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쿠팡이츠에선 배달비용 5000원 중 2000원을 고객에게 분담하게 하더라도 530만원을 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최대 730만원(고객이 부담할 배달팁 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에서의 음식값을 올려 수수료 부담을 상쇄하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상황을 일반 앱 이용자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니, 아예 상호명을 바꿔 반발을 줄이려는 것이다.

쿠팡은 이같은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 다수 자영업자들이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채팅방에는 최근 쿠팡이츠 고객센터에 상호명 변경을 요청했다가 “‘배달의민족’에서 먼저 상호명을 변경한 후 다시 연락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례가 공유됐다. 해당 문자 캡처 이미지에 따르면 고객센터 측은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에 동시에 입점한 경우 상호를 동일하게 표기해야 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다수 자영업자들이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채팅방에는 최근 쿠팡이츠 고객센터에 상호명 변경을 요청했다가 “‘배달의민족’에서 먼저 상호명을 변경한 후 다시 연락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례가 공유됐다. [독자 제공]

특히 이 자영업자는 기존에도 배민에서보다 쿠팡이츠에서 음식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쿠팡이츠로부터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경쟁 배달앱보다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을 쿠팡이츠가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호명을 각각 설정하는 자영업자들을 두고 업계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판매처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 건당 이익이 적더라도 감수할 것이고,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자체적으로 이익을 높이거나 플랫폼을 떠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기 위해 상호명까지 바꾸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또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다른 상황이라면 고객이 플랫폼별 특성을 함께 고려해 어디에서 주문하는 것이 유리한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아예 다른 가게인 것처럼 소개하는 것은 고객을 속이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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