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퇴거유예’ 종료...세입자 수백만명 길거리 나앉을 판
뉴스종합| 2021-08-02 11:32

미국에서 세입자 퇴거유예 조치가 지난달 31일 종료됨에 따라 세입자들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월세 미납율이 높은 미국 남부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미 남부 지역 주의 월세 미납율이 미국 전국 평균에 비해 높아,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야당인 공화당 주지사가 집권한 지역으로, 보수 색채가 강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접종 드라이브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많아 전염병 위험이 여전히 높은 지역에서 코로나19 대책에 따른 혜택이 가장 빨리 종료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시시피에서는 법원에서 퇴거 명령이 떨어지면 세입자는 그날 당장 거리로 나앉게 된다. 아칸소에서는 집주인이 월세 미납자에게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테네시에서는 이미 퇴거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남부 지역의 월세가 치솟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월세 미납자에게 큰 압박이 되고 있다. 미 임대정보업체 아파트먼트리스트에 따르면 아틀랜타주 임대료는 지난 1년간 12.7% 올라 전국 평균인 10.3%를 상회했다. 그밖에 플로리다의 잭슨빌, 테네시의 멤피스 등의 임대료 상승률도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퇴거 위기에 처한 미국인은 수백만명으로 추산된다. 미 인구조사국이 6월 마지막 주와 7월 첫째 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740만명이 임대료를 체납했다고 답했고, 360만명은 향후 2개월 간 퇴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미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월세 미납 가구는 640만 가구에 달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센터’는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성인의 16%인 1140만명이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월세 미납율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사태로 세입자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나 보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퇴거유예 조치를 도입했다.

연방 정부는 6월 만료 예정이던 이 조치를 7월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 대법원은 의회 승인 없이 조치를 다시 연장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퇴거 사태를 막기 위해 대법원 결정 취지에 따라 의회가 퇴거유예를 연장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공화당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일단 미 연방정부는 주정부와 시 당국에 세입자 지원 예산 집행을 서두르라고 독려하고 있다. 미 의회는 세입자 지원 예산으로 470억달러(약 54조1300억원)를 배정했으나, 주정부나 시 당국이 6월까지 집행한 자금은 30억달러(약 3조4550억원)에 불과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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