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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할 필요없어”…질병청 해명에 두 번 눈물 흘린 유족 [촉!]
뉴스종합| 2021-08-26 09:15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백신 미접종 60~74세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부작용과 사망 소식에 따른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질병관리청의 판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유족들의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초기에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성이 부정됐다가 부검 결과 이와 배치되는 판단이 나와 재심의에 들어간 사례도 최근 나왔다. 해당 사례 유족이 질병청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한 직원은 ‘친절하게 해줄 필요 없다’는 말도 한 것으로 나타나 울분을 더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사는 A씨는 26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자신의 사연을 들려줬다. A씨의 어머니는 6월 7일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접종하고 열흘 뒤 의식을 잃고 같은 달 30일 사망했다. 그는 다른 가족의 반대에도, 7월 1일에 모친의 시신을 부검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A씨는 “기저질환이 없던 모친이 접종 후 갑자기 돌아가셔서 사망 원인을 정확히 알고 싶어 부검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A씨는 7월 20일에 ‘백신과 사망에는 명확한 인과성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 통보는 부검(7월 1일) 다음날인 2일에 예방접종피해조사반회의를 통해 부검 소견 반영 없이 역학조사만으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A씨는 질병청에 전화해 “‘유족 입장에서 정말 어렵게 시신을 부검하기로 한 것인데, 그걸 못 기다리고 쉽게 ‘사망과 인과성이 없다’고 판정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당시 질병청 담당자는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인과 여부를 판정할 수 있고, 부검 결과가 설령 나와도 해당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취지로 A씨에게 답했다.

그런데 7월 말 받은 최종 부검 결과서에는 “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결론의 방향이 뒤집힌 것이다. 결국 질병청은 ‘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초기의 판단과 관련해 현재 사인 규명 재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A씨는 7월 2일 논의 당시 “접종과 사망에는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회의록 등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역시 진행했다. 정보공개를 통해 의문을 풀라고 먼저 권유한 쪽도 질병청이다. 그런데 막상 청구를 하자 질병청은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관련 논의를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A씨는 질병청 소속 공무원들의 전화응대도 유족을 힘들게 했다고 전했다. A씨가 통화 중 답답함을 느껴 담당자 이름을 알려 달라고 계속 묻자, 전화를 받았던 공무원이 아무 말도 없이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A씨는 질병청과의 통화 녹음을 속기사에게 맡긴 뒤 받은 자료에서 황당한 진술도 발견했다. A씨가 이의신청 과정에 대해 묻고, 이를 들은 공무원이 다른 직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공무원이 “친절하게 할 필요 없다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인 부분이 녹음된 것이다.

A씨는 “질병청의 이해할 수 없는 업무처리를 물었는데, 마치 제가 악성 민원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며 “‘친절하게 할 필요 없다’는 직원의 말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100번 양보해서 이 말이 설령 제게 한 말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상 반응 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할 필요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질병청 내에서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원래는 규정상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이를 반영해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통보해야 하는데 잠정 결론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본의 아니게 먼저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과 사망에는 명확한 인과성이 없다’는 7월 2일 결론을 비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개될 경우 본의 아니게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비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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