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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패 금융서 또 되풀이”…‘관치’ 넘어 ‘권치’된 가계부채 총량규제
뉴스종합| 2021-09-06 10:57

[헤럴드경제=이승환·김성훈 기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총량규제야 말로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총량을 제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은 자금의 흐름인데, 인위적으로 통로를 조이고 유량을 조절하려는 정책은 성공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논리를 외면하고 수량을 제한하는 대출규제로 시장 곳곳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광교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 후 중도금 대출이 막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총은 5721조6672억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주택시총액 4314조235억원보다 32.6%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올해 2분기 1705조2547억원으로 지난 2017년 2분기 1312조8202억원보다 29.9% 늘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수량이 아닌 가격으로 대출을 줄이는 것이 시장 친화적인 방법”이라며 “시장 논리와 다르게 수량 규제를 하니 대출 중단 등의 조치가 나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상당항 충격을 받는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00.7을 기록해 최근 10년 평균치(171.2)보다 29.5p, 전년 대비로는 12.5%p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미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08년 135%대에서 지난해 100%로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60%포인트(p)이상 상승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를 수차례 핀셋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다보니 돈의 흐름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더 올려놓았다”며 “과거 빚내서 집사라며 전반적으로 풀었던 금융규제를 원상복귀 하지 못하고 핀셋 규제만 반복하니 가계부채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 가격인 금리를 조정하는데 늑장을 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더 빨랐어야 한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은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가격이 높은데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적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발표할 때 쯤에는 통화량을 줄이는 고민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가 연장을 논의 중인 코로나19 금융지원도 정부의 개입수위를 조절할 때라는 주장이 나온다.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204조4000억원이 공급됐다. 이 중 대출 만기 연장은 75만1000건, 192조5000억원 규모다. 원금상환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는 각각 11조7000억원(7만6000건), 2032억원(1만5000건)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을 6개월 유예조치한 후 지난 3월 한차례 연장한 바 있다. 문제는 연명만 이어가는 한계기업들이 부채 상환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조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 2520곳 가운데 39.7%에 이른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은 15.3%에 달한다. 지원연장이 예속되지만 한계기업 숫자와 비율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은행을 통한 코로나19 지원의 한계도 드러난다. 코로나19로 폐업한 소상공인이 급증한 상황이지만,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54%로 전분기 말 대비 0.08%포인트 낮아졌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들이거나, 정부 등 공적기관의 보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지원실적만 강조하기 보다는 은행 주도의 선별적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선에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안동현 교수는 “이제는 금융당국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정도만 세우고 실제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은 은행이 선별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기업 신용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니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부실한 기업들을 걸러내 지원 대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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