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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계획만 세우면 집값 잡히나?…부동산 실정은 국민 탓으로 [부동산360]
뉴스종합| 2021-09-08 17:11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역사는 문재인 정부를 해방 이후 75년 만에 일본을 넘어선 정부로 기록할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여당 대표 자격으로 한 말이다. 이 발언에 170명의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박수칠 일이 아닌 씁쓸한 ‘웃픈 현실’이다. 같은 브랜드 옷이 도쿄보다 서울에서 비싸게 팔린다. 서울보다 저렴한 식대에 놀랐다는 여행자들의 후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서울집값은 세계적으로도 비싸다는 일본 도쿄 집값을 불과 4년만에 저렴하게 보일 정도로 급등했다. 의식주 가격 모두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과언이 아니다. 해방 이후 70여년 만에 이뤄낸 이번 정권의 성과(?)다.

금리인상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 광고 모습 [연합]

그래도 집값 만큼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는 연일 여기저기 새 집을 짓겠다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2018년 신혼희망타운용 공공택지를 시작으로 수도권 택지 30만호(9·21대책), 또 지난해 5월에는 서울 7만호, 8월에는 13만호,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전국 83만호가 더해졌다. 이후 여당 주도로 발표한 ‘누구나집’ 시범지구, 또 태릉과 과천 등에서 변경된 물량까지 더하면 신규 공급을 약속한 주택 수는 못해도 전국에 200만호를 육박한다.

서울 전체 주택수의 60~70%에 달하는 새 집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나섰지만, 집값은 여전히 상승 중이다. 심지어 그 폭은 정부 공급대책 발표 때 마다 한 단계씩 더 커지는 느낌이다. 일본 도쿄를 넘어 서울이 세계 최고의 주택 가격 도시로까지 발돋움할 기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공급 약속에도 집값이 계속 뛰는 건 시장이 정부의 공급 약속을 믿지 못한 까닭이다. 입으로는 주택 공급을 계속 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주택 건설을 가로막는 데 사용했던 규제들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에서 올해 8월 말까지 새로 분양된 아파트는 단 6000호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기존 주택 을 대체한 재건축 조합원 몫이 4200호다. 실제 서울에서 현실적으로 신규 공급은 8달 동안 1800호에 그친 것이다. 정부가 지난 3년동안 말한 공급 확대, 공급 활성화를 시장에서 느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서울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 6일 롯데건설이 용인시에 만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최고 643대 1을 기록했다. 보증금 9억원에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처음에는 다들 혀를 내둘렀지만, 정작 실 수요자들은 구름처럼 모였다.

공급을 말하는 정부의 입과 달리,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전세가 씨가 말랐고, 최근에는 전세 대출까지 옥죄면서 비싼 월세 부담에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결국 이제 남은 해법은 정부의 행동 뿐이다. 입으로만 공급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까지 확정된 마당에 아직 땅도 못파고 있는 2기 신도시의 모습이 반복되고, 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시도가 여당이 장악한 중앙정부와 시의회에 계속 가로막힌다면 시장은 정부를 계속 불신할 수 밖에 없다.

“집값 오른다”는 뉴스가 너무 많아 탈이라는 정부의 변명은 이제 지지층조차 믿지 않는 ‘정부발 가짜뉴스’일 뿐이다. ‘서울에는 새 집을 만들 땅이 없다’는 것도 건설을 토건으로 비하하며 죄악시하던 정권의 과거 행태를 감안하면 변명에 불과하다. 수도 서울에만 47%는 건축 자체가 불가능한, 또 26%는 7층 이하 건물만 만들 수 있는 비효율적 공간으로 남아있다. 1980년대 만들어진 ‘저밀도 저층’ 규제 중심의 도시계획이 2020년대에 한층 강화된 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제출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협동연구총서가 화재가 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 국책연구원들이 힘을 모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질책했다.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채 기존의 규제와 과세 중심 부동산관을 답습하고 있고, 부동산 실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며 징벌적인 세금을 거두는 것에만 몰두했다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가렴주구(苛斂誅求)의 21세기 버전’이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말이다.

“정부가 시장의 주택 수요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시장 균형을 왜곡하고 있다. 시장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 연구 총서의 결론을 지금이라도 행동으로 보여주길 시장은 바라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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