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국회 제출 1~6월 자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들의 ‘꺾기’(대출을 해주면서 예적금·보험·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 파는 구속성 영업 행위) 의심 사례가 올 상반기에만 7만여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절박한 사정을 은행권이 실적 쌓기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16곳이 지난 1~6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 사례(대출실행 전후 1~2개월 내 다른 금융상품 판매)는 6만924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판매 금액은 총 3조9631억원이었다.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 20조 등에 따라 대출상품 계약 체결 전후 1개월 내 금융소비자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의 계약체결을 강요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이에 법망을 피해 계약 체결 전후 1개월 이후 2개월(30~60일) 사이에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편법 꺾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1만9127건, 1조6135억원으로 꺾기 의심 사례 건수와 액수 모두 가장 많았다. 이어 금액순으로 KB국민은행 1만3640건·6137억원, NH농협은행 1959건·3767억원, 하나은행 1만5722건·3513억원, 우리은행 7035건·3010억원, 신한은행 1763건·22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의 경우 이 같은 은행권의 꺾기 의심 사례가 전년 대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해 16개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실행 전후 1~2개월 사이 금융상품 가입 건수(꺾기 의심 사례)는 총 19만1975건, 10조4741억원이었는데, 이는 2019년 의심 사례(14만2943건, 10조1688억원)과 비교해 건수는 4만9000여 건, 금액은 3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중기·소상공인지원 긴급대출자금 등 정부가 시중은행 대출 절차를 통해 진행한 대출 과정에서도 ‘변종 꺾기’가 횡행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그간 국회에서 꺾기 의심 사례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편법 꺾기와 정당한 영업 간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항변해왔다.
국내 중소기업 상당수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빚으로 연명하는 등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출잔액은 지난 6월 말 849조원으로 한 달 사이 6조원 넘게 불어났다.
민형배 의원은 “중소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지난해 은행의 꺾기 의심사례가 증가했고, 올 상반기만 해도 7만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독규정 기준을 의심사례에도 적용토록 확대하는 등 금융당국이 적극적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은행의 자구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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