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긴 연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 셋
라이프| 2021-09-15 11:01

길고 달콤한 연휴가 오고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무려 5일. 그냥 흘려 보내기 아쉬운 연휴에 혼자든, 함께이든, 꼭 봐야할 공연을 장르별로 한 편씩 꼽았다. 그 중 이번 추석이 지나가면 만날 수 없는 공연도 있고, ‘피케팅’을 감수해야 하는 공연도 있으니 일단 서두르는 것이 좋다.

▶ ‘웃음 한바가지’...가장 현대적인 ‘흥보전’= ‘창극 맛집’ 국립창극단이 또 일을 냈다. ‘창극은 동시대 감각에 맞춰 변화하되 뿌리인 판소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비전을 담았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의 신작 ‘흥보전(展)’(15~21일·해오름극장)의 원작은 1998년 허규(193~2000) 연출의 ‘흥보전’. 무겁고 지루하지 않다. 재치와 웃음이 버무려져 130분 내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다. 주제는 권선징악 위에 인간의 욕망을 쌓았다.

연출을 맡은 김명곤은 “판소리 ‘흥보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교훈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며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꿈과 욕망을 담았다는 점에 주목해 한 번쯤 판타지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익숙한 흥보전을 새롭게 만드는 장치는 무대미술이다. 이야기에 음악이 어우러진 창극에 ‘전(傳)’이 아닌 ‘전(展)’이 붙은 이유다. 음악은 월드뮤직 그룹 공명의 박승원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했고, 안숙선 명창이 소리를 맡았다. 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흥보 역)와 윤석안(놀보 역), 유태평양(마당쇠 역)이 출연한다. 일찌감치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필요한 공연이다.

▶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콘서트=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러시아가 키운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모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무대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엔 심신을 다독일 수 있는 클래식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서혜경 & 다니엘 하리토노프 & 윤아인-라흐마니노프 스페셜 콘서트’(9월 26일, 예술의전당).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라흐마니노프는 깊고 어두운 우수와 불꽃 튀는 격정과 기교, 건반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클래식 팬들의 감성과 조응한다”고 설명했다. 연주회에선 라흐마니노프의 인기 협주곡 세 곡을 서혜경, 다니엘 하리토노프, 윤아인이 선보인다. 1부에선 윤아인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다니엘 하리토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2부에선 서혜경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협연된다. 연주회는 여자경이 지휘하는 유토피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 뮤지컬의 모든 것 ‘하데스타운’=누군가 뮤지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작품을 추천한다. 아름답고 황홀하다. 세련되고 우아하다. 끊임없이 귀를 유혹하는 음율의 향연, 매혹적인 노래를 쉬지 않고 들려주는 신들의 무대는 경이롭다.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구고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무대를 갖고 있는 ‘하데스타운’(2022년 2월 27까지·LG아트센터·사진)이다.

사실 개막 전부터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 작품이었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같은 해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한국 배우들과 만나는 ‘하데스타운’은 훌륭한 종합예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사실 제목부터 ‘스포일러’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저승에 찾아간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에게 찾아간 그 신화다. 주요 인물들의 설정은 자본주의 맹점을 꼬집었다.

‘하데스타운’을 보면 잘 직조된 작품과 빼어난 실력의 배우들의 무대가 얼마나 큰 흡인력을 발휘하는지를 체감한다. 특히 연기는 물론 귀를 의심하게 하는 화음과 노래를 들려주는 ‘뮤지컬 장인들’, 재즈 포크 등 다채로운 장르를 들려주는 7인조 밴드는 이 작품의 일등공신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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