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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대박 기획
엔터테인먼트| 2021-09-16 09:53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백댄서는 가수 뒤에서 춤을 추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K팝 가수들의 안무를 직접 짜고 춤을 추는 댄스 크루들은 K팝 한류의 화력을 강화시키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댄서들이 출연해 최고의 글로벌 K-댄스 크루가 되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춤싸움을 펼치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대박을 치고 있다. 각종 화제성 순위를 장악하며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제대로 짚은 기획이다. 이런 걸 왜 진작에 방송 콘텐츠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스우파’ 관련 게시물과 각종 패러디 영상이 주목받고 있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댄서들의 과거 공연 영상까지 ‘역주행’하며 인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스트릿 노비 파이터’를 기획해 ‘스우파’의 콘텐츠 파워를 실감케하고 있다.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곡 ‘LALISA’의 안무가 YGX의 리더 리정이 짠 것이라는 사실도 주목받는다.

‘스우파’를 여성들 간의 복싱이나 이중격투기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춤싸움이다. 하지만 조금도 시시하지 않다. 댄스 하나로 희노애락의 감정이 모두 표현된다고 보면 된다.

초반 가비의 돌발적인 춤은 마치 카디비와 메간 디 스탤리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도 나고 도자 캣의 섹슈얼한 공연이 연상되기도 하며, 심지어 브라질 리우 삼바 카니발의 느낌도 날 정도로 대담했다. 가비에게 걸크러시라는 수식어는 너무 약하다.

스트릿 댄스는 비주류 문화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들간의 경쟁은 승부의 형태를 띠고 있고 때로는 자극적이다. “제가 이길 수 있는 댄서는~”이라고 상대를 지목하는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도 있고, 계급마다 워스트 지목 배틀을 가지게 한다. 아이돌 출신 이채연은 ‘노리스펙트’의 가장 만만한 단골 상대로 지목되지만, 이는 지엽적으로 다뤄진다. 계급장을 떼고 싸우며 실력을 인정하고, 서로를 리스펙트할 줄도 안다.

댄스 배틀을 하면서 자신의 칼러와 감성이 드러나는데, 이들중 누구를 좋아할지는 수준 차이도 있지만 취향의 차이도 많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즐기는 취향경제에 딱 맞다. 매드맥스 여자판 같은 춤판을 좋아하건, 크럼프, 왁킹, 걸스힙합, 2000년대초 보아가 했던 셰이킹을 좋아하건 자유다. 같은 춤을 춰도 댄서에 따라 바이브와 짬의 차이가 있어 느낌이 달라진다.

한 크루의 사제지간이던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 간의 대결 등 멋있는 배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크럼프를 노련하게 활용하는 모니카, 세컨드 계급의 안무를 짠 립제이, 어시스트 계급의 헤일리, 원밀리언 스타 안무가 효진초이 등 스타들이 많다.

K팝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뻗은 지 이미 오래지만, 정작 K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완성한 댄서들의 활약이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듯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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