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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이상하고 기이한데 계속 보게 된다? 의도한 것”
엔터테인먼트| 2021-09-29 15:57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76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지난 27일 미국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 2021’에 참석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2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약간 흥분한 듯 하면서도 차근차근하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답변속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습니다.)

Q.기억에 남는 해외평이 있는지, 글로벌 시청자를 위해 더욱 신경쓴 지점이 있다면?

해외 평이 궁금했다. 처음 본 포브스 기자 평은 ‘너무나 이상하고 기이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이야기다’였다. 아, 내가 의도한 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구나 라고 생각돼 인상적이었고, 응원이 됐다.

신경 쓴 포인트는 일단 이야기 이전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색감, 세트, 인형 등이 기존 서바이벌과 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하게 만든 게 컨셉이었다.

서바이벌 장르는 많았다.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쉬운 아이들의 게임을 가지고 목숨을 건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전세계 사람 누구나 어린 시절은 다 놀이를 하고 자라, 세계적으로 공감할 것이라 생각했다. 게임이 단순한데, 이런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의 내면이 잘 보인다는 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다.

또,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도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지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경쟁이 심해지는, 작품 외적인 시대적 요소가 이 작품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한 것 같다.

Q.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놀이들은 한국사람들이 어릴때 즐긴 놀이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매우 단순하다. 심플함이 글로벌 인기 요인이다. 복잡한 놀이는 일부러 뺐다. 하지만 놀이 자체를 통한 서바이벌을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인물을 드러냈다. 시청자들도 게임을 하는 동안 인물에 몰입할 수 있다.

Q. 한국식 ‘신파’가 오히려 미국 등에서 먹힌다는 평도 있더라

신파라는 말은 애매하다. 울면 다 신파냐. 굳이 얘기한다면 신파는 억지로 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파라고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한국의 신파가 먹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눈물이 글로벌에게 공감 하게 하는 것, 납득되는 것이다. 그걸 굳이 한국신파라 할 필요가 있나.

Q.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의 선택지는 여기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자유를 주고 마음껏 하게 해주었다. 형식과 길이의 제한 없이 만들면서 창의성을 발휘했다. 앞으로도 이런 경쟁들이 이뤄지면 창작자나 비지니스맨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다.

Q. 그외 OTT로 인해 감독으로서 누린 장점은?

시리즈로 하게 됐는데, 매회 끝에는 뒷편을 볼 수밖에 없게 하는 순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신경 쓰면서 만들었다. 총 9개로 구성됐는데, 어느 순간은 코미디, 또 액션, 휴먼드라마, 블랙코미디 모두 다 시도했다. 영화는 2시간여 분량에 한가지 톤으로 갈 수밖에 없다.

Q.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이정재에게 서민적인 모습을 찾아낸 게 인상적이다. 이정재를 캐스팅한 이유는?

이정재가 옛날 어리버리한 연기를 하기는 했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이미지의 역전을 통해 신선하게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비호감 캐릭터가 된다. 노점을 하는 엄마의 카드를 빼내 경마장에서 날려버리는 캐릭터다. 너무 비호감이 되면 관객에게 멀어지는데, 이정재가 미워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더라. 소매치기와 새벽이 부딪쳤을 때 엎질러진 커피를 챙겨준다. 그 상황에서 힘들고 찌질한 인물을 거부감 없이 따라갈 수 있게 했다.

Q. 이정재가 맡은 기훈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직장을 잘 다니다가 구조조정이나 해고되고, 치킨 집을 하다 빚지고 바닥으로 점점 망가진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을 담고 싶다. 경쟁사회 밑바닥에서 힘든 상태임에도 잊지 않는 휴머니티, 인간성, 이런 게 유일한 희망이다. 안좋은 것만 있지만 그럼에도 가져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 점에서 기훈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Q, 경쟁사회의 잔인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와 패자에 대한 관심이다. 승자에게만 관심이 가는데, 수많은 패자가 있어야 승자가 나온다는 생각을 안한다. 수많은 패자 양산. 이들이 없으면 승자도 없다. 패자와 약자에 대한 관심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Q. 황 감독의 어린 시절 놀이가 궁금하다.

나는 애들과 놀다 가장 마지막에 집에 들어가는 아이였다. 그만큼 골목에서 많이 놀던 아이였고, 모든 게임이 제 추억이다. 미녀가 라이터로 달궈 뽑기 하는 것도 내가 어릴 때 한 짓이다.

Q, 표절설도 제기됐다

‘무한도전’의 줄다리기가 박명수 자신의 아이디어라면서 오징어 게임의 원조라고 하더라. 나는 2008년에 대본을 써놨는데 투자처가 없었다. 나도 무도팬인데 오징어게임을 자유롭게 하는 걸 보고 부러웠다. 김태호 PD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하면서 봤다.

Q. 많은 감독들이 잘하는 장르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가니’‘수상한 그녀’‘남한산성’ 등 황 감독은 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똑같은 삶을 못견뎌한다. 그래서 취업을 안했다. 항상 리스크와 두려움 있는 곳에 도전하고 싶었다. 두려움이 있어야 성공도 있다. 그게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안주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은 그 점에서 가장 두려웠고, 모험적이었다. 괴작과 명작,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겠다,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있어야 크게 돌아오는 것도 있다.

Q. 시즌 2에 대한 계획은?

시즌2는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시즌2에 ‘우리 집에 왜 왔니’ ‘실뜨기’ 놀이 생각도 하고 있다. 그동안 혼자 쓰고 찍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캐릭터, 게임기 만드는 작업을 포함해 혼자 감당하는 게 8시간 분량이다. 영화 4편이다. 치아도 6개나 빠져 임플란트를 하고 있다. 당분간은 쉬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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