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비즈] 재정버블을 초래하는 국가채무의 마지노선
뉴스종합| 2021-10-07 11:36

어디까지가 국가의 역할이고, 민간의 역할인가. 최근 민간과 정부의 역할이 불분명해지고 큰 정부를 추구하면서 ‘정부만능주의’의 부작용과 폐해가 염려된다. 기본적으로 국가가 작동하려면 재정이 필요하고, 재정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초팽창 예산이 5년 연속 계속되면서 ‘재정버블’이 큰 걱정이다.

문제는 한 번 도입되거나 확대된 복지정책은 불가역적 정책·대못 정책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단 도입된 복지정책은 축소 또는 폐지가 어렵다는 점이 미래 후손에게 비극이다. 지난 5년 동안 국가채무관리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렸다.

첫째 마지노선은 국가채무 총액이다. 국가채무 총액은 박근혜 정부 말기 660조원에서 내년 1068조원으로, 단기간에 600조원이 급증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약 70년 동안 발생한 국가채무 누적액 660조원과 비숫한 규모의 나랏빚이 지난 5년의 짧은 기간에 증가했다.

둘째 마지노선은 역대 정부에서 국가총생산액(GDP) 대비 국채비율 40% 선 방어가 목표였다. 2017년 36%이던 국채비율이 단숨에 50%를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 요인은 선진국 모두의 공통 사항인데 우리나라만 유독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세계 최고다. 정부는 2025년의 국채비율을 58.8%로 60% 이내를 2차 방어선으로 목표를 세웠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5년 후 국채비율을 69.7%로 훨씬 나쁘게 전망한다. 재정 방어선은 일단 무너지면 정치인들은 자기 임기 중에 인기 유지를 위해 재정의 건전성 확보에 관심이 작아져 재정파탄으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

적자 재정의 시한폭탄은 일반회계 외에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공무원, 군인, 교원 등 공적 연금의 적자 보전을 위해 내년에 8조원을 투입하고, 향후 적자를 메우는 세금액수가 급증하는 구조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적자폭도 급증하고 있어 조만간 요금인상 등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도 이미 적자가 발생했거나 기금 고갈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세대들은 4대 보험료를 납부만 하고 정작 본인들은 노후에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며 걱정이 크다. 개인의 주택구입대출, 자영업자 사업자금 등 가계부채의 부실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지켜줄 안전 변은 나라의 튼튼한 곳간인데,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매우 경시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는 선진국은 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를 사용하는 기축통화국가로, 단순히 국채비율을 국별로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우리는 여타 선진 복지국가와 다른 두 가지 특수성 때문에 재정의 안전 변이 더 필요하다.

첫째, 우리의 국방비 절대 규모가 세계 10위권 이내이고,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세계 6위권 국가다. 북한의 핵무장 등으로 국방예산을 줄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둘째,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4년생) 약 800만명의 은퇴, 연이어 베이비부머 2세대(1965~1974년생) 약 800만명의 추가 은퇴 등 고령인구가 급증한다.

반면 지난해 우리의 인구수는 3만7000명 감소세로 최초 전환, 초혼 부부가 16만7000쌍으로 역대 최저, 신생아 수 20만명대 지속 전망 등 인구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25~59세 연령의 경제활동인구도 급감하고, 80세 이상 고령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이 다가오는 재정위기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도 우리 사회의 위기불감증이 가장 큰 위기다. 내년도 대선,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선심성 팽창예산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이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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