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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1000만원 부과 실효성 낮아…경비원 업무 부담 지속”
뉴스종합| 2021-10-21 10:40
19일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업무'가 붙어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21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 범위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것과 관련, 현장에선 “경비원들 실질적 업무 부담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선 경비원에 대해 앞으로 경비 업무 외에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공동주택에서의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에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법적으로 경비원에게 맡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을(乙)’ 입장인 경비원들은 ‘그들이 안 하면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민들 요구에 따른 택배 전달이나 대리주차, 눈 청소 등 허드렛일을 맡아왔다.

이렇게 ‘법적 사각지대’ 속에 이뤄졌던 ‘경비 외 업무’가 이날부터 시행령을 통해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몇몇 입주민들이 이런 법적 규정을 악용해 더 무리한 업무 요구를 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60대 경비원 A씨는 “택배 배달이나 개인 차량 대리 주차 등 경비원이 하던 서비스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안 하겠다고 할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매일 밤 늦게 집에 오는 어떤 입주민이 있었는데 지난 추석 연휴에도 그 사람이 아파트 경비실에 택배를 맡기고서 안 찾아가 뒤늦게 전달한 일이 있다”며 “당시에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들었는데, 이제는 입주민들이 합법이란 이유로 이런 태도를 당연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60대 경비원 B씨 역시 “얼마 전에도 새로 입주민이 이사를 왔는데 기존 입주민 차가 길을 막아 주차돼 애를 먹었다. 운전 못 하는 가족만 있어 내가 대신 차를 다른 데로 옮겼다”며 “입주민들의 이런 요구가 오히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주민 개인 차량 대리 주차, 택배 배달 등을 입주민이 시켰을 경우 바로 과태료가 매겨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비원에 대한 과도한 허드렛일 요구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명확한 법적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공동주택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인 감독권한’을 규정하고 있고, 이 일반적인 감독 차원에서 제대로 시정이 안 되면 과태료를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개인 차량 대리 주차나 택배 전달 등 입주민의 과도한 요구도 ‘일반적인 감독권한’에서 다룰 예정이고, 그것들만 따로 떼 직접적으로 과태료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비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법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경비원이 했는데 이제는 그 일이 법적으로 규정됐다”며 “경비원들의 과도한 업무부담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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