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그냥 ‘가을 바겐세일’이 돼버린 ‘코리아세일페스타’
뉴스종합| 2021-11-01 11:29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1일 시작됐다. 15일까지 2주일간 열린다. 준비도 역대급이다. 참여 업체는 1800개가 넘어 지난해(1784개사) 기록을 경신했다. 온라인쇼핑몰, TV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배달앱 등 다양한 비대면·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기획전이 진행돼 안전한 행사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화됐다. 업체마다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와 마케팅을 펼친다고 전한다. 17개 시도 광역 지자체에서도 행사기간에 맞춰 지역별 소비 진작 행사도 병행된다.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출발과 함께 시작되는 행사여서 주최 측이나 참여 기업들이나 기대가 크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그냥 가을이 되면 정기적으로 벌이는 바겐세일의 하나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최 측은 “2021 코세페가 움츠렸던 소비를 늘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코세페는 2015년 당시 ‘메르스’로 가라앉은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떠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해 다음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관제 행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2019년 민간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3년째 행사로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7년째 이 정도냐”는 물음에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코세페의 존재감은 딱 그 정도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개념의 출발부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향하는 방향이 분명치 못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재고상품을 털어내는 개념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임대수수료 중심인 한국 유통 특성상 자리 잡기 힘들다. 10~30%에 불과한 코세페의 할인율로 폭발적 소비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알리바바의 ‘광군제’와 같은 거대 온라인 축제형태로 발전시키는 것도 시장 규모나 뒤늦은 출발이란 점에서 따라잡기 힘들다. 올해 광군제엔 29만개 브랜드에 1400만개 이상의 특가행사제품이 나온다. 메인 행사는 11월 11일이지만 1~3일 사흘간 사전 행사까지 있다. 경쟁 자체를 논하기 어렵다. 시기도 애매하다. 애초 9월에 시작됐던 코세페는 10월로 옮겨졌다가 올해는 11월이다. 그런데도 소비자 문의나 불만이 없다. 그만큼 관심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코세페만의 특징을 만들어야 한다. ‘K-세일’로 불릴 만한 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가 필요하다. 그저 그런 할인행사라면 국가적 차원으로 벌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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