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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또 만나고 싶은 사람’ 되고파...사내 온라인 플랫폼 만들었죠” [피플 & 스토리-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뉴스종합| 2021-11-05 11:08

숫자로 점철된 자본 시장의 복판에서 금융 경제 관료로 잔뼈가 굵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무언가 냉정하고 딱딱할 것만 같았던 편견은 말그대로 고정관념이었다.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는 ‘소통’이 최우선의 가치라 강조했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에서는 일과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다.

손 이사장은 이른바 MZ세대의 등장과 함께 조직의 갈등이 일상이 된 오늘, 결국은 소통이 답이라는 철학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수반이 돼야 갈등 요소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처 받을까봐 그런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면서 “소통이 결국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이런 소신은 거래소의 작지만 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에게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손 이사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지난 9월 온라인 소통 플랫폼 ‘온통(溫通)’을 개설했다. 익명게시판을 만들어 직원들의 불만을 듣고, ‘CEO 소통 우편함’을 열어 직원들이 이사장에게 언제든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MBTI 유형이 궁금하다는 직원의 메시지에 “저는 ESTJ예요”라고 답변을 보낸 일도 있다.

그는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나가니까 최근에는 이전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몇 달 지나면 정말로 직장 문화가 달라질 것 같다”면서 “취임 시 ‘신바람나는 직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앞으로도 직원들과 계속 소통하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트레스의 해소법 또한 궁금했다. 이에 손 이사장은 무엇으로 오는 스트레스인지, 스트레스의 원인이 풀리는 것인지 안 풀리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대응한다고 했다. 업무에서 온 스트레스라면 문제를 해결해서 스트레스를 없애려 하고, 업무 외에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의 경우 잠을 많이 자거나 운동을 하며 기분을 전환한다고 한다.

재테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자, ‘금융통’이지만 정작 개인적인 투자에선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회 초년병 때 선배 말을 듣고 비상장주식을 샀다가 회사가 사라진 적도 있고, 전세자금을 펀드에 넣어놨다 손실을 본 일도 있다는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퇴직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사면 꼭 수익률이 마이너스더라”며 “고수는 아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업계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후배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자신만의 원칙을 묻자 손 이사장은 거창한 철학은 없다고 쑥스러워 했다. 다만 “일이나 사람이나 항상 진심으로 대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기성 세대도 그런 사람이 많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굉장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비용편익 분석을 잘 하는데, 그렇게 문제를 접근하면 길게 보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는 “인생에서 너무 지나치게 계산하지 말고 매사에 진심으로 대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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