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임대차 3법, 명백한 위헌...포퓰리즘 정책이 사회혼란 초래” [피플&스토리-이석연 변호사(前법제처장)]
부동산| 2021-11-12 11:59
이석연 변호사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정책을 내놨더라면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하고도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상섭 기자

“물론 제가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에요. 주택을 몇백만 채 지으라느니 정책을 얘기할 수 없죠. 다만 적어도 헌법 원칙은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3법은 명백한 위헌이에요. 잘못된 정책이기에 실패했죠.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갔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정부는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되돌리지 않고 있어요. 국가적 에너지만 소모하고 있는 거죠.”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전 법제처장·67)는 초장부터 쓴소리를 던졌다. 부동산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는 헌법학자가 부동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 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서다. 군 가산점, 행정수도 이전 등 굵직한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끌어냈던 그가 언 1년째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소위 임대차3법이라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종합부동산세법과 관련해선 위헌심판제청을 위한 소송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야 정치권도 나서지 않는 임대차3법 무효화를 위해 직접 총대를 메고 맞서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를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대차3법, 민특법, 종부세법 등을 ‘부동산3법’이라고 표현했다. 부동산3법이 어떤 면에서 위헌이라 보는가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의 핵심은 행동자유권이다. 이는 곧 계약자유의 원칙이고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또 경제적 영역에 있어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사유재산은 물론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집화·결사의 자유 등을 헌법은 보장하고 있다.

임대차3법은 국민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민특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소급과세 금지 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종부세는 조세법률주의와 권력 분립주의에 어긋나고 재산권을 포함한 공평과세원칙 등에도 위배된다. 여러 기본권이 부동산3법으로 침해받고 있다.

특히 임대차3법의 경우 제정 과정에 있어 충분한 토론이나 여론 수렴이 없었다.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였다. 유신헌법 때도, 5공정권 때도 그런 적은 없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자신 있다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위헌으로 흘러간 까닭은 무엇인가

▶정부가 소위 ‘경제의 정치화’를 시도하다가 스스로 빨려 들어갔다고 본다. 현 정부는 인간의 맹점 중 하나인 평등의식, 말하자면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선거에서 표를 끌어모았다. 부의 분배와 평등, 복지라는 구호 아래 절대 다수인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해 퍼주기 식의 정책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지지 못한 사람이 어려워졌다. 정책실패가 반복되며 집값은 상승했고 전세시장은 안정이 안 됐다. 정부로선 표도 얻지 못하고 정책적 혼란에만 빠지게 된 셈이다.

헌법의 원칙, 헌법상 자유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행해지는 정책은 언제고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온다. 결국 정부가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 가르기를 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다.

-임대차3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개입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념적으로 보면 분배와 복지를 우선할 것인지, 성장과 자유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결은 있다. 그러나 큰 테두리는 자유 시장경제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에 입각한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기본이념으로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1항이 그것이다. 그리고 2항을 보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다. 예외 조항이고 보충성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는 자유 시장경제의 하위개념인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규제하고 있다. 복지를 앞세워 경제적 자유를 얼마든 제약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헌법 위반이다.

물론 평등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국가가 어렵고 힘든 계층을 끌어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걸 막자는 게 아니다. 국가의 분배정책의 기본은 큰 나무는 놔두고 작은 나무를 키워 키를 맞추는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을 깎아내려 맞추는 건 편하고 빠르다. 그러나 그건 복지정책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평생을 노력해서 이룬 성과는 그것이 부든 명예든 그 과정에서 불법이 없는 한 보장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걸 마치 적으로 삼고 빼앗아 나눠주는 건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 부동산 정책만 봐도 그렇지 않나. 피해는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갔다.

-임대차3법과 민특법에 대해 헌법소원 낸 지 1년이 지나도록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어떤 국가적 정책을 둘러싸고 혼란이 일거나 그 법으로 인해 폐해가 있다면 헌재가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헌재가 지금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인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헌법 재판은 시기가 중요하다. 제때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많다. 특히 임대차3법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 사안이다. 헌재가 판단을 미루는 것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갱신요구거절권 적용을 두고 법원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건 대법원 판례를 통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정권이 끝나고 적당할 때 판단하겠다는 건 안 될 일이다.

합헌은 절대 안 나온다고 본다. 지금껏 해온 헌법 공부와 실무, 헌재에서의 근무 경험, 각국의 입법례 등을 봤을 때 전체는 아니더라도 핵심 조항은 위헌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됐다. 여러 경제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면

▶헌법상 경제질서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에 입각한 자유 시장경제 원리가 기본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를 가미하고 있다. 적어도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헌법의 자유 시장경제라는 기본 원리를 흐트러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은 삼갔으면 한다. 그런데 양당이 벌써 퍼주기 정책 대결에 나선 분위기다. 우려스럽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이번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 실패다. 편을 가르고 다수 국민의 배아픔을 이용해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겠다는 식은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혹여 집권하더라도 엄청난 시달림을 겪을 것이고 정권이 성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선 국면에 대장동 문제까지 터지면서 토지공개념이 다시 이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재산권은 공공필요에 의해 수용·사용·제한을 받기도 하는데 부동산, 그중에서도 토지는 가장 많은 제약을 받고는 한다. 토지공개념은 헌법상 아직 수용돼 있지 않다. 과거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 모두 위헌 결정이 났다. 다만 이번 대장동 사건에선 관리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본다. 그들은 정당한 재산권이라고 하지만 이를 환수하지 않는다면 국민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토지와 주택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토지공개념을 일정 부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주택은 다르다. 주택을 두세 채 가진 다주택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을 주택공개념까지 확대해선 안 된다. 확대 해석해서 규제하는 건 이번 정권이 많이 하지 않았나. 달라야 한다. 주택에 대한 규제는 보다 유연해야 한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