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패스트패션 왕국 ‘자라’ 창업자 37세 딸 회장 자리에
뉴스종합| 2021-12-01 11:22
패션 브랜드 자라(Zara)를 소유한 스페인 기업 인디텍스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오른쪽)과 내년 4월부터 회사의 회장직을 맡게 되는 오르테가의 딸 마르타가 함께 웃고 있다. [AFP]

‘자라(Zara)’ 등을 소유한 세계 최대 제조유통일괄(SPA) 패션 브랜드 기업인 스페인의 인디텍스(Inditex)가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85)의 딸 마르타(37)를 새로운 회장으로 지명했다. 10년 가량 진행한 경영권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덥지 않는 지배구조 변경이라는 분석이 나와 이 회사 주식은 하락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인디텍스의 파블로 이슬라 현 회장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후임으로 마르타 오르테가가 일하게 된다고 밝히며 “2분기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고, 회사의 확고한 위치 덕분에 변화를 위한 적기”라고 말했다. 이슬라 회장은 “변화와 함께 회사가 계속 성공적으로 발전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라 회장은 오르테가 창업자가 자라 외에 ‘풀앤베어’, ‘마시모두띠’, ‘버쉬카’ 등의 브랜드를 추가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11년 인디텍스의 회장직을 맡아 사업 확장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인데, 창업자의 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물러나는 셈이다.

이슬라 회장 체제에서 인디텍스의 주가는 8배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거의 1060억달러로 치솟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스웨덴의 H&M 주가가 50% 오른 것과 대비된다.

내년 4월 1일자로 회장직에 오르는 마르타 오르테가는 버쉬카 브랜드부터 시작해 15년간 인디텍스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자라의 브랜드 이미지에 특히 공을 들였다. 승마에 큰 열정을 갖고 있는 오르테가는 성명에서 “항상 부모님의 유산을 기반으로 미래를 내다보지만 과거에서 배우고, 회사와 주주, 고객에게 봉사하는 데 내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인디텍스에 정통한 한 인사는 “승계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안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컨설팅 업체 프리마켓의 로렌조 베르날도 데 퀴로스 사장은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큰 성공 가운데 하나는 그가 회사를 전문화하고 가족의 역할을 축소한 것이었다”면서 “이건 퇴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투자회사 알란트라도 “인디텍스엔 나쁜 뉴스”라며 “우린 이슬라 회장이 비상임 역할을 감독하면서 더 질서있고 순조로운 전환 기간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디텍스 측은 “이슬라 회장과 달리 오르테가는 집행권이 있는 회장이 아니고 인디텍스는 보다 전문가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런 차원에서 오스카 가르시아 마세이라스 이사회 법률고문을 이날 최고경영자(CEO)로 지명했다. 마세이라스는 이날 회견에서 “전략의 변화를 나타내는 인사 변경보다 인디텍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심화·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텍스는 아울러 경험 많은 임원으로 구성한 새로운 경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디텍스의 주가는 이날 마드리드 시장에서 6% 이상 급락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인디텍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자산은 770억달러로 세계 11위 부자다. 인디텍스 지분 59.29%를 소유하고 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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