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황금알을 낳는 해양생물
뉴스종합| 2021-12-02 11:14

해양생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바이오산업에서 해양생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생명공학기술(BT)을 활용해 식량이나 해양바이오에너지를 얻고, 의약품, 기능성 식품, 화장품 등에 필요한 유용물질을 생산한다. 바이오산업이라는 명칭은 199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인류는 훨씬 오래전부터 생물을 식량과 의약품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해왔다. 조선의 명의 허준은 1610년 의학서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재 가운데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조기, 민어, 복어, 가자미 등과 같은 물고기와 오징어, 문어, 낙지 등 연체동물이다. 어부들이 잡을 수 있는 해양생물이었다. 당시 심해나 먼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은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약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양과학기술의 발달로 수심 11㎞나 되는 가장 깊은 바다에 사는 생물이라도 채집이 가능하다. 심해에 살고 있는 생물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리활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이용 가치가 높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숨을 곳이 마땅치 않은 바다에 사는 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성분을 가진 종류가 많다. 이 독성분은 우리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 우리가 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물은 육지보다 바다에 더 많다. 이제 발달한 해양과학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의 접목으로 바다에서 신 동의보감시대를 열어갈 가능성이 열렸다.

15세기 항해술의 발달로 대항해시대가 시작됐다. 항해술이 뛰어났던 유럽 국가들은 범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 신천지에는 무궁무진한 자원이 있었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강국이 될 수 있었다. 범선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던 당시 대항해시대는 이차원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잠수정을 타고,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3차원 대항해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심해라는 또 다른 신천지에는 황금알을 낳는 다양한 생물자원이 있다.

인류는 석탄을 태워 얻은 열에너지를 기계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대량생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렇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로 지구는 온난화로 열병을 앓고 있다. 급기야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해양생물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강성균 박사팀은 2002년 북서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인근 심해 열수분출공에서 채집한 고세균을 이용해 해양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당진 현대제철소에 1t 규모 파일롯플랜트 실증 등 약 20년간 연구에 매진한 결과 현재는 50t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 설치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 고세균은 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므로,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에너지원인 수소도 생산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이로써 우리는 수소경제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바다식물은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 또한 탄산칼슘 골격이나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산호, 조개 등 해양동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해양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며, 해양생물이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한다. 해양생태계는 육상생태계에 비해 탄소 흡수 속도가 수십 배나 빠르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 해양생물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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