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내 손 안의 금융서비스’ 정작 내손엔 없다
뉴스종합| 2021-12-09 11:12

# 연말정산 예상 환급액을 확인하러 A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한 40대 김 모씨는 자산등록 과정에서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는 제휴가 안된 것을 알게 됐다. 저축은행들도 해당 금융지주 내 계열사만 등록이 가능했다. 김 씨는 “주거래 은행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해, 시범서비스라곤 하지만 기대하며 등록했는데 좀 실망스럽다”면서 “연말정산 예상 환급액을 알려면 다시 종전 핀테크 앱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포문을 연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소비자 편의와는 먼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직 시범 기간이기는 하지만 특화 서비스 부재는 물론, 일부 자산의 경우 연동조차 잘 되지 않아 자산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방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이달 1일부터 본격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일부 편의 서비스에 변화가 생겼다. 사전 동의한 고객 대신 인증정보에 접근해 다른 금융사의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었던 스크래핑 방식에서, 미리 표준화된 전송 규격 및 절차를 거쳐 직접 정보 제공·전송을 하는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업자들 간 정보 제공 항목에서 제외된 서비스들이 중단 위기에 빠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카드 실적 서비스가 중단됐다. 카드 실적 관련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라 카드사에서 ‘가공한 정보’로 분류돼 마이데이터 표준 API 제공 항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뱅크샐러드는 이달 15일부터 카드 실적 기능이 종료된다고 공지했다.

스크래핑 방식으로 정보 제공이 불가한 내년 1월부터는 개별 카드사 앱을 통해 카드 실적을 봐야 한다. 기존에는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앱에서 카드 실적 확인이 일괄적으로 가능했다.

해당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오히려 불편함이 가중된 셈이다. 한 금융 소비자는 “잘 사용하던 서비스가 마이데이터 전환으로 갑자기 중단된다니 청천벽력 같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기존과 유사하게 카드 실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표준 API에서 공유되는 정보(사용내역, 청구금액)를 각 카드와 비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사별로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실적 제외 항목 등도 별도로 계산해야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업권별로 제공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는데 카드사 입장에서는 실적 관련 정보가 바로 그것”이라며 “자사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이나 앱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카드사 나름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시범 서비스 기간인 만큼 관련 모니터링을 충분히 해 서비스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일장일단이 있다”면서 “서비스 개시를 기점으로 정보 범위가 통신, 공공 등으로 확대되고 보안도 강화됐지만, 스크래핑으로 가져오던 정보와 비교해서는 편의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자들이 각자 특화 서비스를 내놓고 사용자 수요를 반영해 고민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당국도 시범 서비스 기간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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