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방을 선택하기 전에 미리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거래해도 괜찮을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만 교수에 따르면, 소비자행동에서 무의식적 판단의 비중이 95%나 된다고 하니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상대방을 판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 경제학자 리처드 노먼에 따르면, 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해 판단하는 데 15초 내외의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처음 이용하는 식당이 괜찮은 식당일지를 식당 외부나 내부를 대충 둘러보고도 판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처음 본 사람에 대해 인상이나 말투, 행동거지 등을 간단히 훑어보고 판단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과 처음 대면하는 짧은 순간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에서는 이 짧은 순간을 고객이 기업을 판단하는 결정적 순간이며, 경영 성과를 좌우하게 되는 ‘진실의 순간’이라고 한다.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유래한 용어인 진실의 순간은 투우사가 마지막 공격을 위해 소의 눈을 마주 보는 짧은 순간을 말한다. 투우사가 공격에 성공하면 영웅이 되지만 실패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되는 순간이, 기업의 대응 방법에 따라 고객을 평생 단골로 만드느냐 원수로 만드느냐가 결정되는 순간과 같다는 것이다. 진실의 순간을 잘 관리해서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성공시키거나 경영 성과를 증대시킨 사례들이 많다.
그럼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로 따뜻함과 유능함이란 두 가지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고 한다. 즉, 내게 해를 끼치지 않을 따뜻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게 도움이 되는 유능한 사람인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는 먼 옛날 사람이 많지 않고 정보도 거의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그 사람이 내게 해로운 사람인지를 본능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것이다. 해롭다고 판단되면 대항하든지, 도망가든지 빠른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능력도 파악했을 것이다. 식량 때문에 쓸모없이 짐만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능들이 우리에게 유전돼 내려온 것 같다.
그런데 따뜻하고도 유능하거나, 차갑고도 무능한 상대방이라면 취사선택하기가 쉽겠지만 따뜻하지만 무능하거나, 차갑지만 유능한 경우에는 어떨까? 앞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따뜻하지만 무능한 경우엔 동정과 연민을 받고, 차갑지만 유능한 경우에는 질투와 시기의 감정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런 경우 섣부른 선택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보다는 좋은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하나의 문제아가 여럿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대방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이나 기업의 활동뿐만 아니라 선거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을 잘못 선택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최창복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