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타협 준비해야” vs “돌파구 기대 안 해”…미·러, ‘우크라 담판’ 초반부터 기싸움
뉴스종합| 2022-01-10 08:46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통솔하는 미국 대표단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 외무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2시간여 동안 만찬을 겸한 사전 협상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셔먼(왼쪽) 부장관과 랴브코브 차관이 제네바에서 만나 회담 전 국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과 러-서방 간 안전보장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담판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이 예정보다 하루 당겨 만나 외교적 해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가 미국 측의 양보를 요구한 데 대해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은 주권국가의 자유라고 맞받아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통솔하는 미국 대표단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 외무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2시간여 동안 만찬을 겸한 사전 협상을 했다.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일찍 만난 것이다.

첫 만남에서 양측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치열한 물밑 수싸움을 벌였다.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사전 협상 후 “미국 측과 대화는 어려웠지만 효율적이었다. 놀라웠다(amazing)”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러시아의 요구는 분명하다.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구속력 있는 문서로 확약해달라는 러시아의 안전보장안 요구를 미국 측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미국 측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회담 후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측에 영토 보전, 국가의 주권적 자유란 국제 원칙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네바 협상에서 미러 간 눈에 띄는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A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러시아 측과의 회담에서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기대 수위를 낮췄다. 그는 “러시아가 대화와 대립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며 “미국이 동유럽에서 군사 훈련의 규모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만, 군사력 규모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엄청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쏠려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은 제네바에서 러시아 측이 나토 동진 금지 법적 보장 같은 요구가 가망 없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조하는지 아니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도 회담 직전 미국을 몰아세우며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를 분명히 했다.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날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 단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연쇄 회담을 예정하고 있으나 전체적 회담의 향방을 결정짓는 건 미·러 제네바 회담일 수밖에 없다.

미 정부 당국자는 WP에 러시아가 미국과의 회담을 중요시한다면서 “그들은 나머지는 장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럽 내부에선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화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면서도 “협상 결렬 대비해 유럽 내 새로운 무력충돌 대비 중”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들은 원칙적으로 국제결제망 퇴출 등 대(對) 러시아 제재에 대해 통합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국가에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현실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