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34년 일한 직장, 키 152㎝라서 짤렸다” 50대 英버스기사의 투쟁
뉴스종합| 2022-01-10 14:19
신장 152㎝의 여성 버스운전사인 트레이시 숄스(Tracey Scholes)는 34년간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이다. 그의 신장은 새로 바뀐 버스 차량을 운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영국에서 34년간 버스 운전대를 잡아온 여성 버스 기사가 새롭게 바뀐 버스 차량을 운전에 적합하지 않은 체격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당사자가 ‘동일 노선, 동일 임금’ 조건으로 사측에 복직을 요청한 가운데, 해당 해고건을 둘러싼 당국의 판단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 트레이시 숄스(57)는 1987년부터 일해 온 그레이터 맨체스터 지역의 한 버스 회사에서 지난해 해고 당했다.

그가 버스를 운전하던 노선이 새로운 차량 모델을 투입한 게 화근이었다. 승객들로부터 폭행 당하는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변동사항이었지만 숄스는 도리어 실직자 신세가 된 것.

새 차량의 보호벽 기둥과 사이드미러 위치가 달라지면서, 신장 152cm인 숄스는 차량 페달에서 발을 떼고 상체를 뒤로 젖혀야만 사이드미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문제였다. 숄스는 사측에 버스에 가까이 접근하는 자전거나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보고했다. 사측은 이에 숄스를 정직시킨 데 이어 해고 예고 통지를 했다.

노동조합은 중재자로 나서 숄스를 기존 버스 차량으로 운행하는 노선으로 옮기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당사자는 근무시간과 임금이 줄어든다며 버텼다. 남편 없이 자녀 3명을 부양하고, 갚아야 할 대출이 있어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노조는 기존과 동일한 근무 시간과 급여 수준으로 숄스를 복직시켜달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측은 앞서 제안한 여러 안이 거절 당한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숄스 해고통지와는 별개로 2025년까지 여성 운전기사 비율을 11%에서 20%로 늘릴 것이라며 ‘여성 차별’ 논란을 미리 진화시키기도 했다.

현지 반응은 숄스에게 우호적이다. 맥신 피크, 제임스 퀸 등 유명 배우 등을 필두로 숄스의 복직을 청원하는 운동에 서명한 인원은 1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사측과 숄스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해고 사건과 관련된 당국의 법적 판단은 11일 나온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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