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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사업자 매물이 임대차 안정 효자?
부동산| 2022-01-11 11:30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

최근 전세의 월세화로 인해 월세 부담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가 사실상 고사시킨 주택임대사업자의 매물이 임대차시장의 안정 효과를 이끌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됐어도 추후 매도 시 비과세 특례가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5% 증액 규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10 대책으로 아파트는 장기·단기 모두, 비아파트는 단기 임대 유형이 폐지됐다. 4년이 지나 자동 말소된 비아파트 단기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재가입을 하려면 10년짜리 장기 유형으로만 가능해 재가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재계약 시 ‘5% 증액 룰’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주택임대사업자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규 임차인 모집 시 5%만큼만 임대료를 높이고 있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정부에서 아직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준 것이 없어 강제 말소당한 사람들도 매도할 때까지는 5% 룰을 지키자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수년 동안 버텨왔는데 월세 조금 올렸다가 임대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나 양도세 과세특례 받는 것을 박탈당하면 ‘소탐대실’하는 격”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들이 내놓는 전월세 매물은 같은 단지 또는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크게 저렴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아파트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셋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임대사업자 매물만 시세 대비 최대 몇 억원씩 싼 경우도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사람들이 공인중개사에게 웃돈을 주고, 선약금까지 걸어놓고 임대사업자 물건이 나오면 제일 먼저 계약하게 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의무 임대기간(8년)이 아직 남아 있는 사업자들이 꽤 있는데 예를 들어 2019년에 등록했으면 이 사람들은 2026년까지는 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린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서도 임대사업자 매물 인기는 마찬가지다. 강서구 마곡동의 A공인 대표는 “요즘 마곡나루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도 함께 오르는 추세라 22㎡(전용) 시세는 2년 만에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에서 월 65만원까지 올랐다”면서 “반면 임대사업자 매물은 아직 60만원까지밖에 못 올라 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연간 임대료로 따지면 임차인 입장에선 60만원이 저렴한 것이라 가장 먼저 계약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차시장의 안정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 5년 동안 임대사업자 정책이 수도 없이 변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임대사업자도 적지 않다. 한 오피스텔 주택임대사업자는 “말소된 임대사업자들은 지금 두 부류로 나뉘는 중”이라면서 “계속 월세 수익 목적으로 보유할 소유주들은 5% 증액을 지키며 손해를 보느니, 일단 시세대로 올려 받고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관망해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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