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25센트 동전에 새겨진 ‘첫 흑인 여성’은 이 사람
뉴스종합| 2022-01-11 16:48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25센트 주화 뒷면에 새겨진 고(故) 마야 안젤루의 젊은 날. [마야 안젤루 트위터]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시인이자 인권 운동가인 고(故) 마야 안젤루가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25센트 주화에 새겨졌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조폐국은 이날 안젤루 이미지가 새겨진 25센트 동전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동전은 좌우로 두 팔을 뻗은 채 상공을 응시하는 안젤루의 옆모습을 담았다. 안젤루가 서있는 배경에는 쭉 뻗은 두 팔만큼 긴 날개를 가진 새와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도 형상화 돼있다. 그녀의 저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표지에 등장한 새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조폐국은 시인이자 인권 운동가인 고(故) 마야 안젤루 이미지가 새겨진 25센트 동전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제공]

미 재무부에 따르면 동전에 새긴 이미지는 안젤루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재무부는 "(동전의 디자인이) 그녀가 살았던 방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1928년 4월 4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안젤루는 17세 때에 미혼모가 되는 등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1863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이후 100년 가까이 이어진 차별의 역사를 자서전적 소설인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로 고발했다. 1969년 발표한 이 소설은 흑인 여성 최초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마야 안젤루의 저서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의 표지.

그는 20세기에 태어난 21세기 여성이었다. 안젤루는 83년의 생애 동안 십 여 개의 직업을 가지며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낭송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세 번 수상하고 토니상에 노미네이트 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식당 조리사, 전차 운전기사, 시사잡지 편집인, 비서, 문학 교수, 자동차 정비공 등으로 쉴 새 없이 활약했다.

그는 1959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만나 흑인 인권운동에 지도자로 동참했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 당시 축사를 낭송하고,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민상 가운데 가장 큰 영예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년 5월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미 조폐국은 동전 뒷면에 자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새겨넣는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향후 4년 간 다른 여성 인물들을 추가해 20가지 이상의 25센트 동전을 발행할 방침이다. 동전의 앞면은 여전히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 흉상이 장식한다.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Sally Kristen Ride, 1951.5.26~2012.7.23) [NASA 제공]

25센트 동전 뒷면에 새겨질 여성으로는 미국 최초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인디언 체로키 부족 사상 최초로 여성 족장을 지낸 윌마 맨킬러 등도 포함됐다.

현존 인디언 부족 중 최대 규모인 체로키 부족의 첫 여성 족장에 올랐던 윌마 맨킬러 [AP=연합뉴스]

관련 법안을 발의해 조폐국의 정책 시행을 이뤄낸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 민주당 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행된 25센트 동전은 미국인들이 흑인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안젤루의 저서들과 시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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