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터키국민, 리리화 폭락에 가상자산 '러시'
뉴스종합| 2022-01-13 09:21
터키에서 가상자산 투자 붐이 지속되면서 수도 이스탄불 전역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었다. 터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리라화 가치 하락, 물가상승률 급등에 대한 자산 피난처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19일 터키 이스탄불 가상자산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터키 리라화 폭락 속에 터키인들이 비트코인과 테더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록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록체인 분석회사 체인애널리시스 집계 결과를 인용해 작년 4분기 바이낸스, BTC투르크, 로컬비트코인 등 터키 주요 거래소 3곳의 리라화를 이용한 가상자산 거래액이 하루 평균 18억달러(2조 1366억원)로, 2020년 2분기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거래소 3곳의 한 주간 거래 규모는 작년 10월 30일 기준 224억 9000만 달러(26조 8200억원)로, 작년 초(1월2일, 14억 8000만 달러)와 비교해 15배 규모로 커졌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작년 12월 25일 기준으로도 124억 달러(14조 7870억원)를 기록, 연중 높은 수준이다.

가상자산 시장분석업체 크립토컴패어에 따르면 작년 가을 리라화를 이용한 테더코인 거래액은 달러와 유로를 이용한 거래액을 앞질렀다. 테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 된 암호화폐)으로 여겨진다. 채인애널리시스 집계로 12월 리라화 거래액의 절반 이상을 테더가 차지했다.

터키에서 ‘가상자산 투자 러시’가 일어난 이유는 리라화 가치 하락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달러 대 리라 환율은 작년 12월 초에 연초 대비 46% 폭락했다. 반면 달러와 연동되는 가상자산은 작년 11월 초까지만해도 연초 대비 40% 가까이 뛰었다.

터키인은 자신의 소득으로 구매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리라화를 던지고, 달러, 금, 가상자산을 사모으고 있다.

이미 터키 은행 예금의 3분의 2는 달러, 유로 등 외국통화 예금인데, 이 조차 안전성에 의문에 제기된다. WSJ는 달러 인출 사태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일각에선 정부 개입으로 터키 주요 은행들이 달러 예금을 강제로 리라화 예금으로 돌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가상자산 투자 붐이 일어 수도 이스탄불에선 트램, 공항, 주요 도심 등 도처에서 비트코인 광고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리라 예금을 보호할 새 금융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12일에도 물가 잡기 노력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연간 30%가 넘는 터키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숫자”라며,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도 부당하게 오른 물가에 짓눌리지 않게 하겠다. 반드시 물가 상승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조치가 곧 부당한 가격 인상을 억제할 것"이며며, “여름에는 정부의 조치가 결실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가 2020년 12월과 비교할 때 36.08% 올랐다. 이는 터키에서 2002년 9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투자 보고서에서 이번 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마이너스 실질금리와 높은 대출 증가율은 물가 상승을 가속하고 리라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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