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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절반이 이자”…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영끌족 비명 [부동산360]
부동산| 2022-01-15 06:38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지난해 6월 경기 안양에서 7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터라 월급의 절반은 이자로 나가고 있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또 오르게 생겨서다.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는 단지 내에서 최고가 대비 하락 거래가 체결되고 있어 혹시 집값이 떨어질까 하는 불안감도 생겼다. 최씨는 “대출이율이 이미 1.5%포인트가량 올랐는데 이번 금리인상으로 추가로 오르면 생활비가 빠듯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최고 연 5% 선을 넘어선 가운데 6%대 진입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가계 이자 및 채무상환 부담을 증가시키는 한편 시장 전반으로는 부동산 구입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 금리를 인상한 이후 반년도 채 안 돼 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코로나19 사태 직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약 75%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의 변동금리 비중도 2020년 말 기준 50%가 넘는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가 2조9000억원가량 증가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연 3.63~5.07% 수준으로 6%대를 넘보고 있다. 2~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영끌족으로서는 이자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직방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가계대출 금리별 비중은 ▷3% 미만 28.7% ▷3% 이상 5% 미만 64.5% ▷5% 이상 6.8%로 확인됐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상 직전인 7월과 비교해 3% 미만의 저리 대출 비중은 43.5%포인트 늘었고 3% 이상 5% 미만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41.3%포인트 줄었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도 차주의 이자부담이 단기간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담대를 받는 차주의 이자부담은 향후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특히 중·고금리 대출자의 이자 상승 체감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 2년간 시장을 주도해온 2030세대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의존도가 높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며 “지금의 약세는 수요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보유세 부담 증가 등이 급격한 수요 둔화로 이어지며 조정 국면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도 “금리인상, 여신축소가 결국 부동산 구매수요 관망과 자산가격 상승 둔화, 거래량 감소, 지역 및 상품별 시장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수요자의 주택 구입 의사 결정은 한동안 숨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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