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사적모임 예외인데”…식당서 쫓겨난 장애인·활동지원사
뉴스종합| 2022-02-04 11:09
지난달 17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의 6인 테이블에서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다. [연합]

#1. 뇌병변장애가 있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지난해 12월 지인과 활동지원사를 포함해 5명이 대형 커피숍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 했지만, 활동지원사까지 사적모임 인원이 4명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해당 커피숍을 이용할 수 없었다. 당시 이 대표의 활동지원사인 김형진(33) 씨는 커피숍 직원에게 사적모임 제한의 예외 사항을 알려줬지만 ‘활동지원사 증명서를 보여 달라’는 매장 측 답변을 듣고 끝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2. 발달장애인 김모(28) 씨는 이달 3일부터 변경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체계를 이해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부터 60세 이상 고위험군에게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허용되면서 다른 대상자의 경우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인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장애 탓에 (키트)사용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키트를 사용한 뒤 확진 여부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렸을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처럼 돌봄 인력이 필수적인 중증장애인이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서 돌봄 인력은 예외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역지침과 진단체계가 수시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도 김씨처럼 새로운 정책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 당국이 상대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방역 정책에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장애인들과 관련 단체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 대표의 경우 그의 일상에서 활동지원사인 김형진 씨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그는 김형진 씨와 숙식을 함께 할 정도로 같이 있는 시간만 매달 750여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에 대해 김형진 씨는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활동지원사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돌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럼 이들에게도 증명서가 따로 있어야 하는 건가”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사적모임 인원 제한의 경우 만 12세 이하의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할 때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여기서 돌봄 인력은 아이돌보미, 요양보호사, 활동지원사 등을 포괄한다. 하지만 김씨는 “이 같은 예외 사항이 존재함에도 해당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이 적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종업원에게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사적모임 인원 제한 예외 경우를 알려줘도 받아주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안 된다며 거부하는 가게도 여전히 있었다”며 “현재는 당시에 비해 사적모임 제한 인원이 6인으로 늘어났지만, 예외 조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언어 구사·인지 능력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발달장애인에게도 방역 관련 정책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수시로 바뀌는 방역지침·체계 변경은 이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방역체계 개편안을 볼 수 있으나 내용이 난해해 이를 완벽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원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존에는 PCR 검사를 받아왔다”면서 “최근 바뀐 진단체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때문에 2일 발달장애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한 사진을 받아 제대로 사용했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의 경우 검사 받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와중에 해당 검사를 왜 계속 받아야 하는지도 이해가 적다 보니 스트레스로 느끼는 사례가 있다”며 “자가진단키트의 경우에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정도의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다중이용시설 등 돌봄 인력의 사적 인원 예외 조항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잇따라 바뀌는 방역 지침에 대한 안내도 상대적으로 소통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의 인식 수준에 맞춰 알기 쉽게 안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원 활동가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절대적인 장애인들의 경우 이들을 돕는 활동지원사가 사적모임 인원에서 제외된다는 정보를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리두기 단계·진단체계가 시시각각으로 바뀔 때마다 장애인이 관련 정보 접근권에 대한 편의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이라며 “정부에서 정책 자료를 만들 때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자료뿐만 아니라 각 장애 유형을 고려해 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정리한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