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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왜 ‘호남 득표 20%’를 목표로 잡았나 [정치쫌!]
뉴스종합| 2022-02-05 06:3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이 서진(西進)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호남 상륙작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적극적이다. 목표 득표율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20%다. 고질적인 한 자릿수 기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그간 보수정당은 보수 불모지로 칭해지는 호남 지역과 거리를 둬왔었다. 국민의힘의 이번 '태도 변화'는 이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호남 득표율 20%가 지역 구도 종식의 상징이자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이 10.5%였다. 힘겹게 두 자릿수를 넘은 것이지만, 이 숫자가 1987년 직선제 후 최고 점수였다. 17대 대선에서 이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은 8.9%였다.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2.5%에 불과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2년 전 21대 총선 당시에는 호남 지역구에 공천조차 내기 힘든 당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남에 대한 진심을 보여 ‘마의 20%벽’을 넘을 수 있을 때 진정한 국민통합의 문도 더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안에선 호남 득표율과 서울·수도권 득표율이 비례 관계라는 말도 통용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두 지역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선 입지가 좁은 곳들이다. 서울의 인구 중 호남 출신은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호남 공략이 곧 서울·수도권 공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서진정책의 필요성을 놓고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을 볼 것 같으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호남지역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호남 득표율 20%를 목표로 삼은 데는 대선 승리 이후의 상황과도 관련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다면 곧장 여소야대 정국이다. ‘180석 민주당’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굵직한 사안을 결정할 때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여론 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국민의힘이 전통 지지층과 함께 호남 득표율 20%로 요약되는 호남 지지층을 가진 ‘쌍끌이’의 상태라면 여론전의 파괴력도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논란으로 타격을 받았다. 만일 윤 후보가 정권을 쥔다면 전직 두 대통령보다 더욱 거친 환경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경우, 불모지 내 확보된 지지층이 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권교체 직후 치러지는 지선에서 호남 지역 기초 의원이 다수 배출되면 안정적인 여당 모습을 구축하는 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지율이 20%가 넘게 되면 광주에서 기초 의원을 배출할 수 있고, 호남 지방의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은 자신감을 얻고 있다. 5일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3일 이틀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으로 한 조사 결과 윤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26.2%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59.5%)보다 33.3%포인트 낮지만, 마의 20%벽은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는 기세를 몰아 오는 6일 광주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정치 참여 선언을 한 후 윤 후보의 호남 방문은 공식적으로만 다섯 번째다. 오는 15일 대선 공식 선거 시작 전인 12~13일에는 무궁화호 전세 기차인 이른바 ‘윤석열차’를 타고 호남 구석구석을 방문하는 일정도 검토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에는 예비홍보물 발송 한도(230만 가구·전체 세대수의 10%)를 호남으로 ‘올인’했다. 이 대표도 설날인 1일 광주 무등산을 올랐다. 이어 3~4일에는 전남 신안·완도·장흥·고흥 등 다도해 일대를 순회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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