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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공방…“대선후보면 알아야” vs “국민에 불쾌감” [정치쫌!]
뉴스종합| 2022-02-05 10: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 그러면 이 ‘RE100’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윤석열 : 네?

이재명 : RE100에 대해서는..

윤석열 :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이재명 : RE100.

윤석열 : RE100이 뭐죠?

이재명 : 이게 재생 에너지 100%.

윤석열 : 아 재생에너지, 그게 현실적으로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선 레이스에 때 아닌 ‘알이백(RE100)’ 공방이 뜨겁게 벌어졌다. 지난 3일 열린 방송3사 초청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RE100’에 대해 묻고, 윤 후보가 “그게 뭐냐”고 반문하면서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라는 뜻으로,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기업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의 캠페인이다. 영국 런던의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지난 2014년 시작했다.

TV토론이 끝나자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RE100을 두고 네티즌들 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나도 처음 들었다”, “이 후보가 잘난체를 한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일반인이 아닌 대선후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렸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RE100 몰라? 충격” 총공세 = 민주당은 윤 후보가 RE100을 몰랐다는 것을 두고 ‘준비 안된 후보’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배우자실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의원은 이날 토론이 끝나자마자 SNS에 “(윤 후보가) 며칠 일정도 폐하고 TV토론 준비한다더니 ‘EU택소노미’도 모르고 ‘RE100’도 모르는 후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미래를…”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위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원자력으로 탄소중립하자는 후보가 이조차 모른다는 건 대선후보로서 기본상식이 부재하다 고백한 것”이라며 “주입식 벼락과외의 폐해”라고 꼬집었다.

공세는 연이틀 이어졌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4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대선후보가 RE100을 모른다는 것은 충격이었다”며 “EU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 같은데 원전으로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말한다”고 비판했고, 우원식 의원도 SNS에 “RE100을 모른다고, 이런 세계적 추세를…”이라며 “349곳의 글로벌기업이 참여하는 미래 먹거리의 핵심 정책인데, 참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달라야만 한다”며 “대통령의 무지는 국가 경제와 민생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뭐가 문제냐는 야당, 정말 큰일 낼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 본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RE100 문제는 단어 문제가 아니라 국가산업 전환 핵심 과제”라며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모르는 거 있을 수 있지만 전환시대 국가경제 설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걸 모른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윤 후보를 직격했다.

▶국민의힘 “국민들에 불쾌감”…시대전환 조정훈도 “무례” =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 차단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토론에서 이 후보가 사용한 용어의 의미를 몰랐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 될 사람이 무슨 ‘RE100’이나 이런 것을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것 있으면 설명해가면서 (토론을) 해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선거대책본부 홍보미디어총괄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그런 건 전문가 아니면 잘 모른다”며 “(이 후보가) ‘내가 이만큼 많이 안다’고 조금 외워 오셔서 상대방한테 얘기하는 것, 이건 굉장히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면 불쾌감을 준다고 본다”고 역공을 폈다.

제 3지대인 중도진보 성향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SNS에서 “RE100을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앞도 뒤도 없이 물은 것은 토론을 보는 다수 유권자들에게 매우 무례한 질문이었다”고 이 후보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 후보 측은 윤 후보가 RE100이 뭔지도 몰랐다며 신이나 비난하고 있다. 의원들도 지지자들도 SNS에 퍼 나르기 바빠 보인다. 참으로 바보짓이고 못난 짓”이라며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태도가 탈탄소 의제의 가장 큰 적”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RE100 등 이른바 ‘장학퀴즈성’ 질문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시험해보듯 대뜸 묻기보다는, “세계적 기업들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100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식으로 풀어서 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나는 아는데 넌 모르지 식’의 물 먹이는 질문”이라고 평가했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가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용어인 RE100 등 일부러 자기가 안다는 걸 과시하려는 느낌을 줬다”며 “별로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평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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