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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더 내고 집 넓히느니...집 밖 ‘개인 창고’가 대세”
부동산| 2022-02-17 11:37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다락 1호점 내부 모습. 쇼룸 형태로 제작돼 이용자들에게 사용방법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헤럴드경제DB]

최근 2~3년간 집값 상승시기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 집 내부를 꾸미는 인테리어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익히 알려졌다. 동시에 집 외부에서 방 한칸 크기에 해당하는 개인용 창고를 계약해 주거공간을 ‘아웃소싱’하는 소비도 점차 트렌드화 되어가는 중이다.

최근 강남역, 성수동, 공덕역과 같은 도심 한 가운데 ‘미니창고 다락(daLock)’의 간판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서비스로, 개인 고객도 자신의 짐을 일정 기간 동안 사용료를 내고 맡겨둘 수 있는 곳이다. 집과 회사 동선 사이에서 언제든지 도보로, 자동차로 다닐 수 있어야 하기에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다락을 창업한 홍우태(사진) 세컨신드롬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너무나 경직되다보니 가구마다 주거 여유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으면서 사람들은 갈수록 다양한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쾌적한 삶의 질을 추구하기에 다락과 같은 미니창고에 대한 수요가 필연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락의 유닛 이용료는 스몰사이즈 기준으로 약 10만원(강남역점 기준)이다. 그렇잖아도 주거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추가로 금액을 지불하고 공간을 늘리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 의문도 든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화가 가속되고, 월세 금액도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개인용 창고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다고 홍 대표는 분석했다.

홍 대표는 “사실은 전세도 이자나 기회비용이 있는데 사람들이 평소에 잘 인지를 못한다. 반면, 월세가 나가면 피부로 느껴진다”라며 “결국 비교를 해보고 아파트 면적을 늘리기 위해 이사하면서 추가로 내야할 월세보다 스토리지 이용료가 보다 저렴하다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서울 안에서 총 32개(오픈 예정 포함)의 점포를 운영하면서 수요층에 대한 분석도 끝냈다. 먼저 ‘생활형 수요’다. 라이프사이클에 따라서 독립, 결혼, 자녀 출산 등으로 인해 생겨난 공간에 대한 니즈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1인가구의 독립이다. 이들은 협소한 오피스텔 원룸을 주거공간으로 택하면서 계절가전과 의류, 레저용품을 보관하는 개인용 창고를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이어 취미형 수요다. 홍 대표는 “레고 컬렉터는 너무 많이 봤고, 보드게임으로만 방을 꽉 채운 분, 한정판 조던 운동화, 게임CD, 여행 굿즈, 차(tea), 야구배트, 건담프라모델 컬렉션 등을 보관하는 고객들까지 봤다”면서 “이 물건들을 집 안에 두자면 방 하나를 고스란히 차지하니 자주 찾아와서 살필 수 있는 다락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재고와 원자재를 보관하고 출고까지 하는 장소로 다락을 찾고 있는 추세라고 홍 대표는 덧붙였다.

현재 점포는 비대면·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짐을 맡기고, 꺼내러 올 때 편한 차림새로 오는데 상주하는 직원이 있고, 나를 지켜본다고 하면 괜히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라며 “대신 사각지대 없이 촘촘하게 설치된 CCTV가 보안을 맡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겉보기엔 창고 대여업이지만 내막을 보면 다양한 4차산업 기술과 인력이 결합돼 있다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기 위해 보안, 자동화솔루션, 사물인터넷(IoT) 기술 인력을 집중적으로 채용했다. 결국 사업을 키워 점포 수를 늘려나갈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무인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과 그 운영 역량에 달려있다는 것이 홍 대표의 판단이다. 홍 대표는 “2016년에 5000만원으로 창업했는데 지금은 건물주들이 먼저 연락이 온다. 공실이 나고 새로 임차인을 들이기 힘들어지니 지층과 2층 이상 공간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락에 입점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점포수를 80개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집을 짓는건 정부가 하는 일이고, 저희와 같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큰 집에 살지 않아도 누구나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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