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결국 독일의 재무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안보는 미국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했다. 독일 통일 이후 유럽연합(EU)과 나토(NATO)가 동쪽으로 팽창하고, 영국이 유로존에서 탈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역사적으로 동유럽의 질서를 좌우한 나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다. 현재 동유럽 경제에서도 독일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 ‘2개의 전쟁(Win-Win)’을 동시 수행하는 안보 전략을 포기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까지 동시에 혼자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유럽에서 대(對)러시아 억지력을 가질 만한 나라는 독일뿐이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으로선 당장 일본이 눈에 들어올 게 뻔하다. 경제대국인 데다 이미 세계 5위 군사강국이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을 아시아·태평양의 안보 기반으로 굳히려 들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는 독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러시아와도 영토분쟁 중이다. 일본의 팽창은 늘 동아시아 전쟁으로 이어졌다. 북한은 중국의 맹방이고,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았다. 러시아의 기술과 중국의 자본은 북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아·태 전략을 시험하려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신냉전에서도 충돌지역이다. 옛 냉전 때와 달리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제교역국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어느 쪽도 흔쾌히 선택하기 싫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다. 게다가 공약들은 정교하지 못하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이라고 전지전능하지 않음에도 모든 것을 다 해낼 듯 공언하며 표만 탐낸다. 모두 정치 경력이 짧아서일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왜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싶은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래도 국내 문제는 누가 되더라도 웬만하면 5년을 버틸 수도 있다. 국민이 고단해지겠지만 기본적인 국가 기능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을 보면 어차피 경제는 다 잘 모르는 듯하다. 경제는 차라리 시장과 전문가들에 맡기는 게 묘수일 수도 있겠다. 정말 걱정되는 분야는 국가원수의 결심이 필요한 외교와 안보다. 그런데 문제인식의 수준이 너무 얕아 보인다. 도대체 누가 이들에게 조언하는 것일까?
월등한 힘을 가진 국가들을 상대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 외교에서의 잘못된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이데올로기와 당파 대결구도를 깨뜨려야 한다. 세계적 흐름에는 무지했던 기득권들의 권력다툼이 조선의 멸망과 일제 강점을 초래했다. 정치꾼들의 외교로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측근이나 특정 세력의 개입은 배제돼야 한다. 실패한 정권들의 공통점은 인사 실패다. 측근과 특정 세력의 월권이다.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미국 최고의 외교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의 말이다. 외교의 격언인 듯 보이지만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치적 원칙으로 각색해도 괜찮을 듯싶다.
“대통령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