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암 유발 방사성물질 호흡기침투 막는다…세계 최고성능 ‘흡착제’ 개발
뉴스종합| 2022-05-26 12:01
원자력발전소 배기가스 속 다량의 수분과 방사성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이 동시에 유출되는 것을 나타낸 그림.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극소수성 금속-유기 골격체 흡착제의 사용으로 인해 수분의 접근은 차단되고 메틸요오드화합물이 선택적으로 포획되어 배기가스가 정화됐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 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위험물질인 방사성 요오드를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은 상용 탄소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 확보를 통해 방사성 요오드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로 방사성 가스 배출을 통한 2차 환경오염을 감소시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최소화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은 반드시 200L 드럼 안에 포장하여 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한 드럼 당 1500만원 상당의 처분 비용이 발생하며, 오는 2040년까지 약 39만 드럼이 추가적으로 발생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기체 방사성 폐기물 중 방사성 요오드는 다량의 수분과 함께 극미량으로 배출되지만, 낮은 농도로도 인체에 축적돼 갑상선암 등을 유발한다. 또한 최근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돼 더욱 높은 제거 성능을 보유한 흡착제가 요구되지만, 극미량의 요오드 화합물을 높은 성능으로 포획하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기존 흡착제는 낮은 담지량, 분산도, 소수성 등의 기능적 한계가 존재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고 표면적·초 다공성 및 다양한 화학 개질 자리 보유를 특징으로 하는 MOF(금속 전구체와 유기 리간드가 조합된 차세대 다공성 소재)를 독성가스 제거용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MOF 또한 수분에 취약하고 외부에 습기가 많을 때 제거 성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필터 혹은 방독면 등에 사용 가능한 MOF 화학소재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 메틸요오드화합물에 대해 고습 환경에서도 매우 높은 제거율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홍도영, 차가영, 황영규 박사가 개발한 극소수성 금속-유기 골격체 흡착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극 저농도인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을 고습 환경에서 포획하기 위해 MOF 흡착제에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부여해 수분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후 비싼 ‘은’을 대신해 활성 물질인 아민류를 이용하여 메틸요오드화합물을 더욱 강하게 포획하여 세계 최고 수준인 99.999% 이상의 제거 성능을 약 11일 동안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상용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제거량을 기록한 성과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이 기술은 독성 가스로부터 취약한 산업인력의 안전을 도모하고,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만큼, 향후 탄소 중립의 핵심 대안인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의 보급망에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과 ‘화학공학 저널’에 각각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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