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종로·마포·서대문서도 봤다"…러브버그 도심 습격 일파만파[H.OUR]
뉴스종합| 2022-07-04 15:07
'러브 버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살려주세요. 오늘도 수백마리를 죽인 것 같아요. 사람 손에 닿았는데 도망을 안 갑니다. 어쩌다 방충망 그 틈을 마구 비집고 들어오는 걸 봤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유모(32·여) 씨는 이른바 '러브 버그'라고 불리는 벌레떼 출몰로 인한 피해를 토로했다. 유 씨는 4일 "우리집은 산이랑 가깝지도 않다"며 "그런데도 베란다와 창틀을 보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인지 이 벌레가 수북하다"고 했다. 이어 "일단 바퀴벌레 약을 뿌리면서 마구잡이로 퇴치하고 있다"며 "벽이나 바닥에 딱 달라붙은 채 죽는다. 치울 때도 기겁을 한다"고 덧붙였다.

종로·마포·서대문·성북구서도 목격담 속출…"기겁했다"
서울 은평·서대문구, 경기 고양시 등지에 이른바 '러브 버그'라 불리는 벌레떼가 출몰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러브 버그' 모습. [연합]

서울·경기 일부 지역 주민들이 생활권에 깊숙하게 들어온 러브 버그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울 종로구, 마포구, 성북구 등에서도 "러브 버그를 봤다"는 제보가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9) 씨는 "경기도로 나갈 일이 있어 빌라 지하 주차장에 갔는데 이 벌레가 곳곳에 새까맣게 몰려 있었다"며 "차 앞유리에도 몇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끔찍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 주민은 "우리집 베란다에서 6마리를 발견했다. 잡으려고 다가갔는데도 외려 경계하지 않고 제 쪽으로 스멀스멀 기어왔다"며 "지금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렵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러브 버그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벌레가 신경쓰여 창문도 열 수 없다",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염려된다"는 식이다. "종로구에 사는데 러브 버그를 봤다", "성북구 주민인데 복도에 러브 버그가 죽어 있었다"는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벌레를 잡아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구청 관계자는 "방역을 문의하는 전화가 사실상 폭주하고 있다"며 "많은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방역 조치에 나서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 “보통 초여름에 발생…1~2주 안으로 끝날 것”
[은평구청·온라인 커뮤니티]

러브 버그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원래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자주 발견됐다. 1cm가 조금 안 되는 파리과 곤충이지만, 특유의 생김새가 혐오감을 주고 사람에게도 날아오는 습성이 있다. 짝짓기를 하고 그 이후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붙어다녀 러브 버그라는 별칭이 생겼다. 다만 인간을 물지는 않는다.

'해충박사'로 알려진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러브 버그는 젖은 물기를 좋아하지 않아 호수 물을 뿌려놓으면 잘 앉지 않는다고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벌레가 낮에 활동한다. 많이 발생할 때는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는 게 좋겠다"며 "밝은 색을 좋아하니 옷도 될 수 있으면 어두운 색을 입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살충제에 약하니 방역을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가정에 쓰는 스프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러브 버그는)알을 보통 100~350개를 낳는 것으로 기록에 나와있다"며 "참새와 사마귀 종류, 거미가 천적으로 작용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 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올해 유독 러브 버그가 도심에서 기승을 부리는 일을 놓곤 "얘네들이 월동할 때 그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기운을 보였다면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며 "또 올해처럼 봄에 가뭄이 이어지면 번데기가 비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다가 비가 오면 번데기들이 순식간에 우화해 집단 발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러브 버그는 초여름에 많이 발생한다"며 "1~2주 안으로 끝나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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