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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물적분할 제한 핵심 공약’ 물건너가나
뉴스종합| 2022-07-15 11:43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안하겠다. 신사업을 분할하여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자회사 공모주 청약 시 원래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하는 방식으로 신주인수권 부여도 가능할 것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 담긴 내용이다. 하지만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은 물론 거래소와 증권업계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께 물적분할 기업에 대한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 때 이에 대한 지분을 전량 소유해서 지배권을 행사하는 형식의 분사 방식이다. 이와 관련 그동안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면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TF는 최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 보호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주주보호 제도화 방안으로 ▷물적분할 공시 강화 ▷상장심사기준 도입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 우선배정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반대주주의 매수청구권 도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가장 관심은 국민의힘이 공약으로 적시한 신주인수권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신주인수권 부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분할 전 주주들이 입은 피해를 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보상하는 접근이어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일자를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작성해야 해서 현실성이 없다는 논리다.

송영훈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역시 “(신주 우선 배정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제도적 밸런스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한쪽에만 치우칠 경우 그 제도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봉헌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은 “모회사 주주에게 20%정도 신주를 우선배정하면 상장시 기관 투자자 배정물량이 줄어들수밖에 없어 수요 예측 기능 줄어들 수 있다”면서 “기업공개(IPO) 주관사의 자율성 확대라는 (정부의) 정책적 측면과도 방향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신주 우선배정 도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도 “현재 신주 우선 배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기관투자자의 수요 예측 감소 등 신규 상장되는 자회사의 가치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재산권침해에 대한 문제도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신주 우선배정에 대해 “장단점과 현실적 한계를 관계부처인 법무부 등과 함께 추가 검토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여당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신주 인수권 부여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각계 관계자들을 설득하면서 계속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이날 “물적분할 시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 처분권이 박탈된 것 때문”이라며 처분권을 회복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에 대한 현물배당이 가능하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대근·권제인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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