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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당후곰’ 언제적 말인가요”…서울서도 미분양 물량 쌓인다[부동산360]
부동산| 2022-07-23 12:59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명 ‘청약불패’ 지역으로 불렸던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 물량이 쌓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무순위청약만 ‘삼수’, ‘사수’를 거치며 물량 소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최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 금리 인상과 고물가, 경기침체 우려 속에 청약 수요자들의 호응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 나타났던 ‘선당후곰’(먼저 당첨되고 고민), ‘묻지마 청약’도 옛말이 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719가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1월 47가구, 2월 47가구,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고물가, 집값 하락 우려 등이 맞물리며 청약 열기도 한풀 꺾인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마포구 노고산동의 도시형생활주택인 ‘빌리브디에이블’은 분양 물량 256가구 중 96%인 24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역세권 입지에 들어서지만, 전용 38~49㎡의 분양가가 7억8520만~13억6650만원으로 고분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동대문구 용두동의 도시형생활주택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도 213가구 중 5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 입지가 부각되나, 전용 26~48㎡의 분양가가 4억9650만~8억9550만원에 달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도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역시 미분양 사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내 분양가상한제(분상제) 미적용 지역인 강북구에서 미분양(318가구)이 대거 발생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의 미분양 물량은 424가구 중 139가구다. 이 단지 전용 39~84㎡ 분양가는 5억1842만~11억5003만원 수준인데, 분상제를 적용 받지 않아 주변 시세 수준으로 높게 책정되면서 청약 수요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단지는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이달 25일 세 번째 무순위청약을 진행한다. 무순위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일 이후에 나온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강북구 수유동 소재 ‘칸타빌 수유팰리스’ 역시 216가구 중 179가구가 미분양됐다.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 할인 분양에 나섰지만 지난 5일 진행한 네 번째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 물량을 모두 털어내지 못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고 있다. 서울의 준공 후 민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기준 215가구로, 한 달 만에 178가구 늘었다. 지난달 준공승인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한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미분양 물량이 수치에 반영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수요자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시장에도 매물이 쌓이면서 선택지가 늘어났고 청약이 유일무이한 대안이 아니다”며 “지난해 활발했던 ‘묻지마 청약’과 달리, 선별 청약 경향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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