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오상의 현장에서] ‘유령 세금’에 혼란 계속되는 주민
뉴스종합| 2022-07-28 11:33

“조합에서는 5년 뒤에나 부과될 돈이라며 지금은 걱정할 것 하나 없다고, 아직 실제로 낸 단지가 없다고 진정시키고 있죠. 그런데 8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 편히 잘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식이면 현금 청산을 받는 게 나중에 이득일 수 있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가구당 평균 7억7000만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을 통보받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최근 분위기를 두고 “혼란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생각했던 부담금 4억원도 과도하다고 생각했는데, 2배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는 소식에 규제 완화까지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정부가 다음달 논란이 되는 ‘초과이익 환수제’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재초환을 둘러싼 갈등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재초환 관련) 적정선을 찾아 8월 주택공급대책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까지 밝혔는데 재건축단지 주민은 아예 폐지해야 한다며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재초환의 문제는 “정부의 기준이 제멋대로”라는 것이다. 한강맨션의 부담금이 기존 예상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은 현장에서 계산하는 실거래가 기준 이익과 부담금이 산정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래는 없고 실현된 수익이 없는데도 “초과이익”이라고 하니 주민으로서는 “정부가 언제부터 이런 기준으로 부동산정책을 짰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엄격한 ‘분양가 상한제’와 맞물려 재초환이 재건축조합에 역차별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조합원의 부담은 계속 커지는 반면 재건축이익은 조합원이 아닌 일반분양자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다. 전국재건축조합연대 관계자는 “조합원에게는 부담금을 거둬가고 정작 시세차익은 일반분양자가 차지하게 된다”며 “로또청약의 문제는 둘째로 하더라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담금 부과를 해야 하는 지자체도 언급을 꺼린다. 이달 재건축부담금 부과가 예정됐던 서초구 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에 대해 구청은 관련 일정을 다시 연기했다.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부과를 연기했는데 이번에도 정부의 규제 완화안을 기다린 뒤 부과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시작된 재건축부담금제도 이래 전국 3만8000여가구에 부담금이 통보됐지만 실제 징수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유령 세금을 빌미로 재건축을 하는 주민을 막아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초과이익 부과 개시일을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거나 환수 면제 기준을 최대 1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초과이익 구간별 부과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정 17년째 집행조차 못하고 있는 재초환 문제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왜곡 해결을 강조했던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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