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중국, 경제보복으로 들어가나
뉴스종합| 2022-08-03 11:13
중국 푸젠(福建)성 닝더(寧德)시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기업 CATL(닝더스다이)의 연구·개발(R&D)센터. [로이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미-중 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불꽃 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측에선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기업인 CATL(닝더스다이)이 북미 투자계획 발표를 보류했다. 중국은 자국산 천연모래가 대만에 수출되는 것도 잠정 중단했다. 대만산(産) 식품에 대한 전격적인 수입 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에 미국은 중국 메모리칩 생산기업에 미국산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은 검토하는 것을 물론 대만에 있는 펠로시 의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회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중국 견제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CATL이 미국 완성차업체 테슬라와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공장 설립과 관련해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를 올해 9~10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3일 보도했다.

CATL은 50억달러(약 6조5800억원)를 투입하는 사업을 위해 멕시코와 미국 내 부지를 물색해왔고, 부지 선정과 인센티브 협상은 막바지에 접어들어 수주 안으로 최종 부지가 발표될 계획이었다. 부지 후보로는 미국 텍사스 접경지역인 멕시코 치와와주의 시우다드후아레스와 코아우일라주살티요 등 두 곳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CATL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민감해진 시기에 발표 때문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투자계획을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미국에 대한 공세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는 중국 중앙정부에 CATL이 보조를 맞췄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천연모래 수출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천연모래는 풍화작용 등 자연적 현상에 의해 형성된 모래로, 건축자재용, 철강재 제조 과정 등에서 쓰인다. 지난 1일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음료수 생산기업 웨이취안(味全)과 과자류 생산기업 궈위안이(郭元益) 등 100여개 대만 기업의 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것에 이어 두 번째 대만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인 셈이다.

이에 미국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이 3일 TSMC의 류더인(劉德音) 회장과 만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산업 육성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공장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유사 시에 대비해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을 모색해왔다. 이에 TSMC는 2020년 5월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WP는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의 만남은 미 경제와 안보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