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서 FDA 미승인·가짜 낙태약 판매 급증
뉴스종합| 2022-08-22 09:09
미국 일부 주(州)에서 여성의 낙태권이 크게 제한되자, 많은 여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처방전이 필요 없는 낙태약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약을 판매하고 있는 많은 웹사이트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 아닌 약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처방전이 필요 없는 낙태약을 판매하고 있는 웹사이트 abortionrx.com. [Abortionrx.com 캡처]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여성의 낙태권을 크게 제한하자, 온라인상에서 판매되는 미승인 낙태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시장이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낙태약을 판매하는 수십개의 웹사이트는 처방전 없이 약 구매를 가능하게 해 미 식품의약국(FDA) 규정을 위반한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누가 운영하는지, 어디서 약을 공수해 판매하는지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FDA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한 약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다. 그러나 낙태약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는 FDA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약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약을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웹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나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기반을 둔 한 온라인 판매처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제조한 낙태약을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인도 제약사 시플라(Cipla)가 7년 전 제조를 중단한 낙태약도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사실도 발칵됐다.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판매처는 판매하는 약값을 올리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한 웹사이트는 낙태약 한 팩에 최대 500달러를 청구하고 있다. 미국 여성보건네트워크(NWHN)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승인된 낙태약은 종류에 따라 최소 40달러에서 최대 600달러로 판매된다.

알 카터 미국 약국경영자협회(NABP)의 전무이사는 온라인으로 낙태약 구매로 무엇을 얻는지 알기 힘들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낙태약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는 약에 대한 적절한 정보와 의료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가짜 약을 판매하고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한 FDA 관계자는 “규제 안전장치를 우회한 약물은 오염, 위조되거나 다양한 활성 성분을 포함할 수 있다”며 약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반면 낙태권 옹호단체는 원격 의료 상담이 허용되지 않은 주에 거주하는 환자들이 온라인 시장을 이용해 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도 규제되지 않은 시장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주문한 약이 늦게 도착하는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몸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온라인 낙태약 구매로 일부 주에서 형사 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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