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물 들어올때 노젓자” 피자까지 초저가경쟁 나선 마트 [언박싱]
뉴스종합| 2022-08-27 08:01
이마트가 마리당 5980원에 판매하는 '초저가 치킨'에 이어 한정수량으로 '소세지 피자'도 같은 가격인 5980원에 판매한다. 사진은 2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의 피자 판매 부스. [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당당치킨’이 쏘아올린 대형마트의 반값치킨 경쟁에 이어 반값피자가 등장하는 등 마트의 초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맞물려 고객 호응이 폭발적이다보니 대형마트 간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은 분위기입니다.

최근 이커머스는 물론 편의점에도 밀리고 있는 마트는 이번에 물가마케팅으로 확실하게 고객 눈도장을 찍기 위해 절치부심한 듯 보입니다.

치킨 이어 피자…‘반값’ 할인 쏟아진다

홈플러스는 이달 31일까지 PB(자체브랜드) 상품인 시그니처 피자를 기존 4990원에서 2490원으로 할인 판매합니다. 사이즈가 작은 냉동피자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쟁여템’이 될 만합니다. ‘오픈런’을 해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인 당당치킨의 인기에 힘입어 파격 할인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는 것입니다.

이마트는 이달 24일까지 일주일간 5980원짜리 치킨을 판매하면서, 5980원짜리 피자도 선보였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피자가격이 한판당 2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개 마트 델리코너에서 판매하는 피자는 1만원대로 저렴한데, 여기서 가격을 더 낮춘 것입니다.

고물가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최저가 정책을 내놓으며 업체 간 가격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2000원대 냉동 피자 모습. [연합]

반값상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마트가 어떻게든 고객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은 8.4%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온라인은 10.3%를 기록했는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서 이 정도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6.1%를 기록했죠.

온라인과 비교할 것도 없이, 오프라인 유통업체 내에서도 마트의 부진은 눈에 두드러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등의 수혜를 입어 백화점(18.4%), 편의점(10.1%)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마트는 오히려 1.5% 매출이 줄었습니다. 백화점은 명품과 패션 수요가 탄탄하게 받치고 있고, 편의점은 고물가에 오히려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방문객 감소 추세는 올해 2분기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고물가 상황은 마트에 더욱 불리합니다. 가격민감도가 낮은 편의점의 경우 오히려 단가 상승으로 매출이 상승할 수 있는데, 마트는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아예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필요한 물건만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아예 장보기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10.4포인트 하락한 86.0으로 2020년 9월(80.9) 이후 처음으로 90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마트, 최저가 경쟁에 ‘진심’

마트 식품 할인행사는 시즌별로 비슷한 상품을 동시에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치열한 가격경쟁 분위기는 여기서도 감지됩니다. 최근 A마트가 먼저 할인행사 자료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는데, B마트가 이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자 A마트는 긴급 회의를 열고 부랴부랴 가격을 더 내리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올 들어 상시 최저가 경쟁도 뜨겁습니다. 당당치킨으로 주목받고 있는 홈플러스는 24일 빅데이터 알고리즘 ‘AI(인공지능) 최저가격’을 확대 시행하며, 대형마트 3사 최저가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매주 ‘50개 핵심 상품’을 선정하고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 가격 비교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홈플러스는 2021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4855억원 줄어들고, 영업손실도 135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부진한 실적을 보이던 홈플러스는 최근 ‘물가안정 프로젝트’와 당당치킨 이슈몰이에 고무된 듯 합니다. ‘물 들어올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물가 방어 최전선에서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입니다.

고물가 속에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판매 경쟁이 계속되는 1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 치킨 판매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
[이마트 제공]

이에 앞서 이마트도 지난달 초부터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마트의 ‘상시 최저가’ 첫 단계는 ‘40대 필수상품’ 가격 인하로, 매일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를 통해 고객에게 ‘이마트에서 장보는 게 가장 저렴해서 확실히 이득’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연장할 계획입니다. 롯데마트 또한 지난 3월부터 ‘물가안정 TF’를 가동 중입니다. 카테고리 별 매출 상위 30%를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을 집중관리 하고 있습니다.

치킨을 비롯한 마트의 최근 최저가 경쟁은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상황)을 해서라도 고객 유치 경쟁에서 우리가 먼저 앞서나가겠다는 치열한 싸움입니다.

손해를 보고 팔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치킨의 원가 논쟁을 부른 당당치킨처럼 최저가 상품은 이윤을 남기겠다는 목적보다 고객을 유인하는 이미지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가장 싼 곳은 어디인지 찾을 필요없이 우리 점포로 오면 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죠. 그리고 치킨 가격논쟁에서도 그렇듯,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도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 환영입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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