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인플레 탓…美 중산층, 자녀 1명 고교 졸업까지 ‘사상 최대’ 4억 넘게 쓴다
뉴스종합| 2022-08-30 09:01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한 모습.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 1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국 중산층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30만달러(약 4억원) 선을 처음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추산치는 8%대를 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지 않은 수치인만큼, 앞으로 양육비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두 자녀를 둔 미국 기혼 중산층 부부가 출생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7세까지 막내 자녀를 양육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이 31만605달러(약 4억1916만원)이라 추산한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연간 평균으로는 1만8271달러(약 2466만원)다.

막내 자녀가 지난 2015년 태어났다는 가정 하에 집계한 양육비가 30만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 중산층 부부가 자녀 1명을 만 17세까지 키우는데 총 23만3610달러(약 3억1526만원)가 든다고 추산한 지난 2017년 미 농무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양육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연구 결과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지난 2020년 브루킹스연구소가 추산한 양육비는 28만4594달러(약 3억8406만원)였다. 불과 2년 새 9.1%나 급등한 것이다.

양육비 중 비중이 높은 주거비와 식자재비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던 것도 양육비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미국 주택 중위 가격(40만3800달러, 약 5억4351만원)도 전년 대비 10.8%나 상승했고, 지난 2분기에는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나 오른 곳이 대도시 지역 중 80%에 이르렀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 역시 전년 대비 13.1%나 오르며 1979년 이후 연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문제는 양육비 추산치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연구 과정에서 브루킹스연구소는 당초 인플레이션율을 2.2%로 설정했고, 2020년에 돼서야 물가 상승률을 4%로 올려 잡아 해당 수치를 얻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5% 상승하고,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6.3% 오른 것 감안한다면, 실제 양육비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한 초등학교에서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양육비 부담 가중이 40여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미국의 합계출산율(2021년 1.64명)을 더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사벨 소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용 탓에 많은 미국인들이 둘째 아이는 물론 첫아이 출산까지 꺼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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