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흑사병·세계대전도 버텼는데...영국 펍, 인플레에 손들었다
뉴스종합| 2022-09-01 11:19
영국 수도 런던의 한 폐점한 펍 벽면이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다. [CNN비즈니스 홈페이지]

흑사병과 대기근, 제1·2차 세계대전도 버텨냈던 영국을 대표하는 펍(PUB) 문화가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치 등으로 경영상의 타격을 입고 기초 체력이 약해진 펍들이 식료품 가격 상승에 이은 에너지가(價) 급등에 결정타를 맞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최대 양조업체 6곳이 운영 중인 펍의 운영비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내 대표 에일 맥주 양조장인 ‘그린 킹’을 비롯해 J.W 리스 양조장 그룹, 칼스버그 마스턴스, 애드미럴 테번스, 드레이크 앤드 모건, 세인트 오스텔 등은 영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인해 펍·양조상 산업 전반에 걸쳐 300% 이상 운영비가 늘어났다”며 “더 많은 술집과 양조장이 문을 닫게 됨으로써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린 킹 그룹은 펍 운영자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요금이 올해 3만3000파운드(약 5154만원) 증가했다고 했다. 영세 사업자인 개별 펍 운영자들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액수의 부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펍·양조장 사업체들은 개별 가정에는 적용되는 ‘에너지 상한제’가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인 펍은 영국인들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펍이 몰려있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선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도 꼽힌다.

이런 상황 속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펍 수는 사상 최초로 4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알투스 그룹은 지난 6월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영업 중인 펍은 3만9970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 이후 7000개 이상 감소한 것이다.

영국맥주펍협회(BBP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여파 보다 더 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위기에 더 큰 압력을 가하는 수치도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소매컨소시엄(BRC)과 정보 분석 업체 닐슨이 공동 조사한 결과 8월 영국 식품 분야 물가 상승률은 9.3%로 전월(7%) 대비 크게 상승했다. 내년에는 식품 분야 물가 상승률이 18%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BRC는 내놓았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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