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제약사 위탁생산 차질 불가피할듯
매년 10만 대 전기차 수출 차질 예상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中내 생산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이 백신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손인규·김지헌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산업까지 자국 내 생산을 앞세우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결국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따라 한국 바이오산업의 강점인 위탁생산(CMO) 사업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제약사와 CMO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 중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에 대해서도 자국 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게 되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미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등을 강조한다면 우리 CDMO 업체들이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반도체 분야처럼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으로 이미 우리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나온 것이라 더욱 우려가 크다.
IRA법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장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불이익이 예고된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IRA 시행으로 매년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부품 업체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또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확대하고 있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들의 생산 및 시장 점유율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삼성전자 제공] |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조 장비를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내 공장으로 허가 없이 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새 수출 규정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이 적용되는 반도체 장비는 중국에 아예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양국 간의 기술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미국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산업 등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앞서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인 SMIC에 10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한바 있는데 이런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제조 장비 중국 수출 제한 기준 강화 조치가 향후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IRA법과 반도체법에 이어 바이오산업 분야까지 한국에 불리한 입법과 정책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 간 공조를 통해 세부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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