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장 ‘스톱’
미국·브라질·인도네시아 공장 생산 확대
미국·유럽 등서 전기차 호평…IRA는 변수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조립 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생산법인(HMMR)이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단 한 대의 차량도 팔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춘 여파다.
HMMR은 그동안 재고 물량으로 근근이 판매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바닥나며 사상 처음으로 판매 0대를 기록했다.
19일 현대차 해외공장별 판매실적에 따르면 HMMR은 지난달 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HMMR의 내수와 수출 물량은 2만1460대에 달했었다.
지난 3월 공장 셧다운이 시작된 이후 HMMR의 판매는 계속 줄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각각 1만7649대, 1만7402대를 출하했다. 그러나 3월 3708대, 4월 2242대, 5월 1757대, 6월 862대, 7월 14대로 지속 감소한 데 이어 8월에는 0대로 떨어졌다.
러시아 공장에서는 현대차 ‘쏠라리스’, ‘크레타’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했다. 지난해 이 공장의 판매 대수는 23만3804대에 달했다.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기준 인도생산법인(HMI, 63만5413대), 중국생산법인(BHMC, 36만565대), 미국생산법인(HMMA, 28만8967대), 체코생산법인(HMMC, 27만5620대) 등과 함께 현대차의 글로벌 5대 생산 기지 중 하나였다. 글로벌 생산 기지 중 차지하는 비중은 10.3%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 3월 말부터 사실상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향후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생산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분쟁 상황이 길어지는 데다 부품 수급이 이뤄지더라도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과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법인은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합쳐 3만1919대의 차량을 출하했다. 지난해 8월(2만1163대)보다 50.8% 증가한 수치며, 월간 최다 기록이다.
브라질생산법인(HMB)과 인도네시아생산법인(HMMI) 역시 지난달 각각 2만390대, 1만2023대를 판매하며 올해 들어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전체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총 13만5526대로 집계됐다. 작년 8월보다 17.7% 증가했다. 올해 월간 최다 판매량이다.
영국에서는 올해 1~8월 총 12만4095대의 차량을 판매하면서 12.3%의 시장점유율 기록했다. 현대차가 1982년 ‘포니’를 수출하며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40년 만에 거둔 첫 두 자릿수 점유율이다. 이외에도 독일 전기차 시장에선 점유율 9%를 기록, 7.8%를 기록한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 공세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현대차가 최근 미국이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배터리 관련 요건이 추가된다.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립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북미 시장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