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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블록체인 혁신 시험대...세계 최초 트레블 룰 도입 주목”[미래산업 플러스]
뉴스종합| 2022-09-28 11:08
울리세 델로르토(Ulisse Dell‘Orto) 체이널리시스 아태지역 사업 총괄이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에서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가상자산)의 역사를 보유한 한국은 블록체인 혁신의 시험대이자 무대입니다. 체이널러시스가 서울에 거점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찾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의 연사로 강단에 오른 울리세 델로르토 체이널리시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 총괄은 한국을 가상자산 발전의 핵심지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체이널러시스는 블록체인 분석 기술을 지닌 가상자산 조사 기관이다. 현재 70개국, 800개 이상의 정부·수사 당국·규제 기관 및 사업자에게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 거래가 활발한 국내에서도 금융 당국 및 다수의 은행과 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공조 중이다. 헤럴드경제는 울리세 총괄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가 진단하는 국내 블록체인 시장의 현재와 앞날을 들어봤다.

▶ “코인 거래량 압도적인 한국...루나-테라 사태는 입법 촉매제”=울리세 총괄은 체이널리시스가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꼽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체이널리시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7월부터 1년간 약 212조원(총 1500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수신액을 기록한,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상자산 시장”이라며 “2021년 7월부터 1년간 이뤄진 가상자산 수신액은 약 266조원으로 증가해 한국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리는 테라-루나 사태에 대해서도 국내 업계가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울리세 총괄은 “테라-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업계에 충격을 줬지만 한국은 이를 잘 극복하고 더 안정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루나-테라 사태는 입법 촉매제로의 역할을 하는 등 가상자산 산업의 혁신적인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넓게 보면 이 사건은 가상자산 업계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시스템적인 위험을 분석하고 다음 강세장을 위해 더 나은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울리세 총괄은 한국 정부가 굵직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체이널리시스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며 국내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웰컴 투 비디오(N번방 사건), ‘라자루스 그룹(북한 해킹 사건)’ 등 한국과 관련된 굵직한 가상지산 범죄 이슈들마다 체이널러시스의 지원이 있었다”며 “특히 웰컴 투 비디오 사건에서는 사이트 폐쇄와 함께 38개국 337명의 사이트 이용자 검거, 23명의 미성년자 구출을 지원했다”고 내세웠다.

▶ “한국 트래블룰 높이 평가...과도한 법제화는 신중해야”=체이널러시스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울리세 총괄은 트래블룰(자금추적규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 베리파이베스프(VerifyVasp)의 임원도 역임하고 있다. 아태지역의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기업들이 글로벌 자금세탁방지(AML) 표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선생님’ 역할이다.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트래블룰을 도입한 한국의 AML 제도화에 대해 높이 평가하게 된 배경이다.

울리세 총괄은 “2019년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대한 글로벌 표준 제정 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하자 한국은 이를 국내법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며 “섣부른 도입이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국내 사법당국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 판단을 내리는 등 과도한 법제화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가상자산 분류는 개별 분석보다는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개별 분석은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투자를 방해하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반면, 총체적 접근 방식은 정책 입안자·소비자·업계의 이익을 다각도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안전장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크립토윈터(가상자산의 겨울)를 맞닥뜨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선 “(향후)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경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리세 총괄은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틈새시장을 채울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 거래의 결제 네트워크가 될 수 있고, 이더리움 혹은 스마트컨트랙트(스마트 계약) 기능이 있는 다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게임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및 대출 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승희·박지영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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