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 인수하기에 ARM 너무 비싸? ‘애플’도 영향 왜? [비즈360]
뉴스종합| 2022-10-02 08:01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달 만남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의 ARM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 회장은 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했다. 이르면 다음주 초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만나 인수합병(M&A)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50조~110조원 몸값이 거론되는 ARM을 두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ARM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한 애플이 최근 ARM 기술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오픈소스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ARM의 기업가치가 향후 더 낮아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테크파워업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일부 임베디드 코어 칩 설계 기반을 기존 ‘ARM의 기술’에서 ‘리스크 파이브(RISC-V)’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RM 중심 설계기반이 ‘대항마’로 거론되는 리스크 파이브 방식으로 옮겨가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신에서 보도한 애플의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ARM의 반도체 칩 시장 지배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미 리스크 파이브(RISC-V) 서밋에 모인 리스크 파이브 인터내셔널 멤버들. [리스크 파이브 유튜브 캡처]

ARM, 리스크 파이브, 애플의 관계를 우선 짚어봐야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측을 이해할 수 있다. ARM의 기술과 리스크 파이브 모두 반도체의 기본 사양을 정하는 명령 세트 아키텍처(ISA)를 다룬다. ISA는 쉽게 말해 연산 처리 구동을 위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언어이다.

원래 PC와 관련된 ISA 세계의 강자는 미국의 인텔이었다. 여전히 인텔의 ISA(‘x86’으로 불리는 언어)는 PC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ARM은 1990년 설립 이후 당시부터 인텔과 차별화에 초점을 두고 저전력 반도체를 위한 설계 기반을 연구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용 ISA를 개발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삼성전자 등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회사들이 ARM의 ISA 언어를 사용하면서, 현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90%가 ARM의 설계 기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RM의 이런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이 ARM이 아닌 리스크 파이브 기반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고 최근 외신에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파이브는 반도체 개발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의 설계 기반을 제공한다. ARM보다 더 넓은 범위의 제품군을 대상으로 개발자들이 활용하기 용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ARM 칩 설계 기반을 만들면 애플 등 제조사는 ARM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오픈 소스인 리스크 파이브 기반 기술을 이용하면 이같은 비용도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애플이 ARM이 아닌 리스크 파이브 기반 기술로 갈아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ARM 이미지[게티이미지닷컴]

글로벌 반도체 주요 기업들은 리스크 파이브 기술 개발 기업에 이미 투자를 집행 중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사이파이브’이다.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등과 함께 6000만달러(약 711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2015년 설립 후 사이파이브는 인텔, 퀄컴, 웨스턴디지털 등으로부터 1억8500만달러(219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이 회사는 UC버클리 크리스테 아사노비치 교수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윤섭 박사 등이 공동 창업했다.

인텔은 사이파이브를 인수하려다 지난해 10월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초 조성했던 10억달러 규모의 인텔의 IFS 이노베이션 펀드 투자 대상 기업으로 사이파이브을 포함시켰다고 최근 밝혔다.

업계에서 ARM의 몸값은 500억달러(약 71조원)에서 800억달러(약 113조4000억원)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현재 ARM의 가치가 정점에 다달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RM에 대해 언급되는 몸값은 너무 높다는 데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동의할 것”이라며 “ARM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리스크 파이브 기술이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에 탑재될 경우 ARM의 시장 경쟁력도 약화된다고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리스크 파이브의 기술력이 ARM을 아직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ARM 기반으로 생산되는 칩은 한해 250억개가 넘는다. 그러나 미국 조사기업 세미코 리서치에 따르면 리스크 파이브 기반 반도체 출하량이 2027년 28억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aw@heraldcorp.com

랭킹뉴스